진념 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위해 물러난데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1년 8개월간 경제팀을 이끌며 우리경제의 당면과제인 구조개혁과 경기회복을 위해 애썼고 나름대로 상당한 성과도 올렸는데 끝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 건 분명 아쉬운 일이다. 거시경제정책 기조전환을 앞두고 있고 하이닉스반도체 매각협상 역시 고비를 맞은 중요한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현 정권은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인물을 새 경제팀장으로 임명해야 할 것이다. 부총리 취임 뒤 몰아친 전세계적인 급격한 경기후퇴, 특히 지난해 9·11 테러사태 이후의 심각한 경기침체를 적극적인 내수경기 부양을 통해 극복하고 국내증시를 활성화시킨 것은 진념 경제팀의 공적임에 틀림 없다. 공정거래위를 설득해 대기업 출자총액제한 완화방침을 관철시킨 것도 그렇고, 재작년 하반기에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프라이머리 CBO(채권담보부 증권)를 도입해 당시 고조된 자금경색 위기에 발빠르게 대응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실적이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쌓여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국가신인도 A등급 회복이라는 쾌거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당장 하이닉스반도체 서울은행 현대투신 등의 해외매각이 자꾸 늦어지고 있고 결과적으로 1백50조원을 넘는 막대한 공적자금의 회수전망이 불투명한 것이 큰 문제다. 잇단 선거 등 정치일정 때문에 기존의 경제정책 방향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우려도 상당하다. 그렇다면 진념 전 부총리도 강조했듯이 후임 부총리는 그동안의 구조개혁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수 있도록 '상시 구조조정'에 최우선적으로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를 유지하는 지름길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현 경제팀의 정책운용 틀이 그런대로 잘 갖춰져 있고 다행히 국내외 경기흐름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진 부총리의 사임이 당장 우리경제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후임자들이 시장중심의 구조개혁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할 경우, 우리경제의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대외신인도가 흔들리고 모처럼 맞은 경기회복도 지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