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에 태어난 이강원 LG투자신탁운용 사장이 외환은행장에 내정됨으로써 '1950년대생 은행장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됐다. 아울러 정통 뱅커보다는 이업종 출신이 은행을 지배하는 현상도 더욱 가속화되게 됐다. 지난 10일 외환은행장 후보로 추천된 이강원 사장은 '6.25동이'로 통칭되는 1950년생이다. 경제학박사(미국 존스홉킨즈대) 출신으로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대신증권 상무,기아포드할부금융 사장,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전무, LG투자증권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로써 9개 시중은행장중 1950년대에 출생한 사람은 4명으로 늘었다. 강정원 서울은행장은 이 행장후보와 같은 1950년생이다. 홍석주 조흥은행장과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1953년생으로 만49세다. 이덕훈 한빛은행장(1949년생),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1948년생), 김정태 국민은행장(1947년생) 등도 1940년대 후반에 태어난 '젊은 행장'에 속한다. 이인호 신한은행장과 김승유 하나은행장만 1943년생으로 만 59세다. 이강원 사장의 외환은행장 내정은 '외인부대'의 은행지배 가속화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9명의 시중은행장중 홍석주.이인호.김승유 행장 등 3명만이 토종은행 출신이다. 김정태 행장과 이강원 행장내정자는 증권업계, 하영구.강정원 행장은 외국계, 이덕훈 행장은 학계(한국개발연구원)에서 성장했다. '외인부대 출신 젊은 은행장 시대'의 개막은 그만큼 은행의 보수적 관행이 무너지고 있음을 뜻한다. 김정태 행장의 '성공 스토리'에서 보듯이 이들은 젊음과 색다른 경험을 무기로 은행을 빠르게 탈바꿈시키고 있다. 형식보다는 내용을,양(量)보다는 질(質)을 중시함으로써 은행원들의 의식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반드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욕을 앞세우다보니 약간 성급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홍석주 행장은 취임하자마자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충당금을 여신의 70~80%로 늘리겠다"고 발언, 채권단 일부에서 "진행중인 협상에 악영향을 준다"는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정태 행장에 대해서도 "증권업계식 인사와 업무추진으로 은행 질서를 깨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이런 점에서 이강원 외환은행장 내정자의 행보에 대한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기업여신이 많은 외환은행의 경우 국민은행과는 또 다르다는 점에서 그가 과연 '김정태식 성공스토리'를 엮어갈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우리같은 사람은 과도기에 필요할 뿐이며 은행이 제 궤도에 올라서면 정통뱅커가 은행장이 돼야 한다"(이덕훈 행장)는 말을 되새겨 보면 이 행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듯 싶다. < hayo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