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외환은행장 후보로 선정된 이강원 LG투신운용 사장(52)은 은행원 경험이 전혀 없는 '깜짝 인사'로 은행가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외환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는 그동안 10명이 넘는 사람이 행장 후보로 천거됐다. 그러나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정부가 행장 후보로 천거된 사람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로 비공식적인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선정작업은 난항을 거듭했다. 정부는 겉으로 △전문성 △개혁성 △도덕성 △부실기업 처리능력 등 네 가지 조건을 내세웠으나 내부적으론 '호남 출신과 관료 출신이 아닐 것'이라는 원칙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가장 먼저 행장 후보로 꼽혔던 정기홍.강권석 금융감독원 부원장, 박철 한국은행 부총재(이상 범관료 출신)와 박상배 산업은행 부총재, 홍성주 전북은행장(이상 호남 출신) 등은 이런 이유로 일찌감치 배제됐다. 이에 따라 행추위는 외환은행 출신의 최경식 현대증권 부사장(61), 이강원 LG투신 사장, 유재환 전 한미은행 부행장(53) 등을 최종 후보로 선정해 금융감독위원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이중 최 부사장은 나이가 많아 개혁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유 전 부행장은 무게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이 행장 내정자의 발탁은 이런 '네거티브 검증 작업'의 산물인 셈이다. 비(非)은행원 출신인 이 행장 내정자가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등 산적해 있는 외환은행의 현안 해결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환은행을 둘러싼 은행간 합병 논의에 이 행장 내정자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도 그의 중요한 숙제로 대기해 있다. 이 행장 내정자는 1950년생으로 광주서중.서울고와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했다. 77년 태국 타마사트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85년 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89년까지는 산업연구원에서 동향분석실장 등을 지냈으나 업계로 뛰어들어 대신증권 상무(89년)와 기아포드할부금융 사장(95년)을 지냈다. 99년부터 LG그룹에 합류, 그룹 구조조정본부 전무와 LG투자증권 부사장을 거쳐 작년부터 LG투신운용 사장을 맡고 있다. 이런 경력이 호남 출신(광주)이란 점을 희석시켰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은행장 후보로 최종 추천된 3명은 공교롭게 모두 서울고 출신이어서 은행장후보 선정과정에서 서울고 인맥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뒷말을 낳고 있다. 행추위원중 한 명이 서울고 출신인데다 아직도 사외이사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박영철 전 이사회 의장도 서울고 출신이기 때문이다. 하영춘.김인식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