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박물관은 암석 광물 화석,동ㆍ식물의 표본을 통해 지구의 역사와 생명체의 진화과정, 생태계의 다양한 모습을 전하는 곳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과 기준 종(種)확보를 위한 표본 수집 및 관련 연구, 자연에 대한 관심 제고를 위한 교육도 자연사박물관의 몫이다. 선진국의 경우 자연사박물관은 18세기부터 건립돼 지금은 지역별로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미국엔 1869년 설립된 뉴욕 미국자연사박물관을 비롯,워싱턴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일리노이주 필드자연사박물관 등 1천1백여곳이나 있고 프랑스 독일 일본에도 각기 수백곳씩 세워져 있다. 1793년 문을 연 프랑스 파리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은 1억점 이상의 자료와 라마르크,퀴비에 같은 유명학자를 배출한 부설 연구소를 자랑한다. 국내엔 그러나 이렇다 할 자연사박물관이 한 곳도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중 제대로 된 자연사박물관이 없는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이화여대 경희대 한남대에 부설 자연사박물관이 있지만 전시 규모나 내용이 미미한 탓이다. 그런데도 95년부터 짓는다던 국립자연사박물관은 터조차 못닦은 건 물론 자칫 계획 자체가 무산될 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2000년 기획예산처의 국고지원 타당성 조사 결과 부정적 판정이 내려져 예산이 배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조사를 맡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대안으로 '필요성은 인정되는 만큼 환경부와 과학기술부가 연계,각기 추진하는 생물자원보존관과 국립서울과학관의 중복투자를 피하는 쪽으로 시행하도록' 권고했지만 양쪽 모두 국립자연사박물관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사박물관은 자라나는 세대들의 자연및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곳이자 국가 자연유산의 보전처다. 동ㆍ식물의 유전자원센터 구실도 한다. 박물관의 기능은 수집 전시 연구 교육인 만큼 세계 어느 곳도 수익을 내지 못한다. 두 부처의 의견 조정도 시급하려니와 더이상 시장논리의 잣대로 국립자연사박물관의 건립을 막거나 늦추는 건 안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