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달러를 들고 미국에 이민 온 알제리 청년이 미국 최대의 생의학연구기관인 국립보건원(NIH)원장으로 임명돼 재미교포 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이민이 시작된지 1백년,현재 살고 있는 거주자만 해도 2백만명이 넘는 만만찮은 한국 이민사회에 그만큼 높은 공직에 오른 한인이 없어 부러움을 사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엘리아스 제르후니(50).그가 이끌 NIH는 연구원만 무려 1만명에 달하는데다 예산규모가 2백30억달러(30조원)를 넘는 방대한 기구다. 여기서 지원하는 연구 프로젝트는 4만5천건에 이를 정도.게놈연구의 산실이기도 하다. 노벨상을 탄 유명한 과학자나 의학자들이 원장을 맡는 미 최대의 의학두뇌집단이어서 이곳 원장은 웬만한 장관보다 중요한 대접을 받는다. 그런 자리에 영어도 제대로 배우지 않고 맨주먹으로 미국에 온 알제리 이민자가 임명됐다는 것은 한국 이민사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제르후니는 27년간의 이민생활을 통해 방사선과 전문교수로 경력을 쌓으면서 탁월한 행정능력을 갖춰 일찍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특히 지난해 세포공학연구소를 세워 전례없이 많은 6천만달러(7백80억원 상당)의 기부금을 모으는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의 개인적 역량이 이처럼 뛰어나더라도 이민역사나 이민자수로 치면 한국이 알제리를 압도한다는 점에서 한인들의 상대적인 열세가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공직사회나 정치권에서 제르후니 같은 발군의 스타가 거의 없어서다. 부시 행정부에서 가장 높은 공직에 오른 한인은 진교륜(미국명 폴진) 평화봉사단 기획정책분석실장,전신애 노동부 여성실장,강영우 교육부 전국장애인자문협회의장 등 3명이다. 이들은 모두 차관보급이다. 미국 유학생수만 따져도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한국이 네번째인데도 미국을 이끌어가는 자리에 한인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때마침 이민자들이 미국 이민 1백년을 기리기위해 내년을 '한국이민의 해'로 정해줄 것을 의회에 청원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주류 사회에 좀더 깊이 파고들어가 맹활약하는 한인들이 늘어나길 기대해본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