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빌려준 차관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기한이 만료됨에 따라 정부와 은행들이 잠정적으로 이를 6개월간 연장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채권은행단이 정부에 대지급을 요청하지 않으면 9월에 국회동의를 받을 때까지 보증이 유효하다고 해석한 모양이다. 빌려준 돈을 제때 상환받지 못하면 보증을 선 정부가 대신 갚아줘야 마땅하지만 현실적으로 재원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보증연장이 안될 경우 그동안 정상여신으로 분류해온 러시아차관을 고정여신으로 처리하고 차관금액의 20%가량인 3억5천만달러(약 4천5백억원)를 대손충당금으로 추가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우선 급한대로 발등의 불부터 끈 셈이다. 은행들은 지난 1991년 두차례에 걸쳐 러시아에 14억6천6백만달러를 빌려줬으나 이중 10억달러를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이자까지 합칠 경우 회수하지 못한 금액은 19억5천만달러(약 2조5천억원)나 된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지난 2000년 9월 러시아차관의 90%인 17억5천5백만달러에 대해 지급보증을 섰고, 이에따라 은행들은 차관금액의 10%에 대해서만 대손충당금을 쌓고 나머지 90%는 정상여신으로 분류했는데 보증기한이 만료되는 바람에 다시 문제가 된 것이다. 우리는 정부당국과 은행들의 딱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 문제를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덮어둘 수만은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정부보증을 연장한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호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외국계 은행이 된 제일은행의 러시아 차관 1억1천만달러는 자산관리공사가 떠안은데 비해, 국내은행들에 대해선 보증연장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또다시 적당히 넘기려고 하는 정부당국의 자세는 차별적이고 무원칙하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예산사정이 빠듯하더라도 정부는 원칙대로 지급보증을 선 금액을 은행들에 대지급해주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