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대 < 시설안전기술공단 이사장 > "건강검진받듯 시설물 안전진단을" 전국시대 명의(名醫) 편작(扁鵲)이 제(齊)나라의 빈객으로 궁중에 들어가 환후(桓候)를 알현하고 말했다. "왕께서는 병이 있는데 지금은 피부에 질환이 머물고 있습니다.치료하지 않으시면 장차 그 병세가 깊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환후는 "과인에게는 병이 없소"라고 묵살했다. 닷새 뒤에 다시 뵙고 병이 혈맥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고,닷새 후에는 병이 위(胃)와 장(腸)사이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으며,닷새 후에는 먼발치에서 환후를 보자마자 도망쳤다. 환후가 사람을 보내어 그 이유를 묻자 편작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병이 피부에 있을 때에는 탕약을 쓰고 고약을 바르고,혈맥에 있을 때에는 금침(金鍼)과 석침(石鍼)으로,병이 위와 장 사이에 있을 때에는 청주(淸酒)와 탁주(濁酒)로 달이는 약을 써서 치료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병이 골수(骨髓)에 있으면 사람의 생명을 맡은 신(神)인 사명(司命)일지라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지금 왕의 병은 골수에 와 있으니,저는 치료하시라는 말도 할 수 없습니다.그래서 달아난 것입니다" 그런지 닷새 후 환후는 몸이 아프기 시작하여 마침내 죽고 말았다. 이전에는 우리나라의 병원에서 더 살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죽는 사람이 많았다. 그 이유는 병이 깊어 골수에까지 이르렀을 때 병원을 찾아가기 때문에 치료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주기적인 건강진단과 꾸준한 건강관리로 수명을 연장시키고 보다 나은 노후를 보내게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이용하는 시설물에 대하여는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 시설물도 우리 몸과 같아 외관상으로는 멀쩡하게 보여도 전문기술자들이 보면 병들어 있는 것들이 허다한 것이다. 시설물의 한 부분이 파손되거나 기울어져야만 위험을 느껴 보수나 보강을 하여 치료를 서둘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주기적인 안전진단을 통하여 결함을 발견함으로써 그 치유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안전점검 및 진단을 소홀히 한 결과 시설물의 붕괴사고를 초래하여 수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상의 손실을 겪어왔다. 무엇보다도 큰 손실은 시민들에게 시설물이 살상무기로까지 인식되게 한 것이다. 다행히'시설물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교육을 이수한 안전관리 전문가들이 3백여개의 진단기관과 1천5백여개의 시설물 유지관리업체,시설물 관리주체 등에서 주기적으로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과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안심하고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건강 이력과 같이 시설물 관련 각종 정보와 유지관리 정보가 종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며,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법으로 규정있다. 주요 시설물은 설계단계에서부터 총비용을 최소화하는 기법을 도입하고,완성된 시설물에 대한 각종정보를 종합적으로 구축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시설물 유지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음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