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인들은 주택자금이나 소비를 위해 전년의 2배 가까운 돈을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반면 기업은 설비투자를 축소해 외부자금 조달 규모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1년 자금순환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부문이 금융회사로부터 차입한 자금은 70조5천억원으로 전년(36조3천억원)의 1.94배에 달했다. 기업부문의 외부자금 조달 규모는 설비투자 감소와 은행차입금의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전년(65조8천억원)보다 21.2% 감소한 51조9천억원을 기록했다. ◇ 개인은 저축 대신 투자 =지난해 개인부문은 금융회사로부터의 자금 조달(차입)을 늘려 총 85조2천억원의 자금을 운용했다. 개인부문 잉여자금은 전년(32조5천억원)의 45.2% 수준인 14조7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 88년(11조4천억원) 이래 13년 만의 최저치다. 소비와 주택투자가 대폭 증가해 개인부문의 자금잉여가 크게 줄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실제로 개인들은 자금을 운용하면서 저금리 영향으로 금융회사에 맡겨두기보다는 주식 수익증권 등 유가증권 투자를 늘렸다. 금융회사 예치금은 73조1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8조원 가량 감소했으나, 유가증권에는 전년(-17조8천억원) 대비 33조6천억원 급증한 15조7천억원을 투자했다. 남양우 한은 자금순환통계팀장은 "지난해 주택을 담보로 해 돈을 빌릴 만한 사람은 거의 다 대출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들은 대출자금을 그냥 묻어두지 않고 주택이나 주식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 기업은 돈 필요 없었다 =기업들은 지난해 경기악화로 설비투자를 대폭 줄여 외부자금 조달 규모가 51조9천억원으로 전년보다 21.2% 줄었다. 은행 차입금은 1조2천억원(전년 11조8천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기업어음 주식 회사채 등 직접금융 조달액은 전년 17조2천억원에서 36조8천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기업들은 그러나 향후 경기회복에 대비한 투자 대기성자금 및 운전자금으로 전년(27조8천억원)과 비슷한 28조원을 유가증권 등의 형태로 운용했다. 이에 따라 기업부문의 자금부족 규모는 24조원으로 전년(37조9천억원)보다 36.7% 가량 줄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