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인 한미약품은 올 매출을 지난해보다 35% 늘어난 2천5백억원으로 잡았다. 외자계인 한국화이자도 지난해보다 41% 증가한 2천4백억원을 매출목표로 정했다. 토종과 다국적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매출을 늘려잡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은 올해도 15%안팎의 고속성장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고혈압약 "노바스크"는 국내 전문약으로는 처음으로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바스크는 지난해 단일품목 매출 1위에 올랐었다. 제니칼 비아그라 리피토 코자 등 신약의 매출은 올해 5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병원들이 비싼 전문약 처방을 크게 늘리면서 제약업체들이 그로 인한 반사적 이익을 챙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약분업제도의 덕을 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모든 제약사들이 성장의 물결을 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 첫번째 변수는 정부의 규제다. 건강보험재정 적자가 누적되면서 정부가 고가 전문약의 사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복지부는 오리지널 의약품 중 특허가 만료된 것에 대해 평균 30% 가량 보험수가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이 적용되는 1만7천여개의 의약품 가운데 동일 성분,동일 효능의 의약품을 56개 그룹으로 분류한 뒤 같은 그룹내 고가약에 대해서는기준약가의 2배까지만 보험급여를 인정해 주는 참조가격제도 시범을 실시할 방침이다. 고가약을 집중 처방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실사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같은 규제로 의약품 수요가 줄어들 경우 제약사들이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올들어 가수요가 줄어들고 정부정책이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난 두달간 영업실적이 지난해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약값이 떨어질 경우 의약분업 이후 영업망을 크게 늘린 다국적 제약사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간판 의약품의 확보여부도 관건의 하나다. 일반 의약품을 중심으로 하면서 눈에 띄는 브랜드 제품을 확보하지 못한 대형업체나 중소업체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틈새시장 마케팅,리베이트마케팅 등으로 나름대로의 입지를 다져온 영세업체들도 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공세에다 토종업체들의 반격으로 일부 영세업체는 설 땅을 잃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영업력의 차이도 승부를 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고가품에다 우수 영업인력을 앞세운 다국적 제약사의 공세에 맞서지 못하는 업체는 시장공략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중외제약 동화약품 등은 영업인력 확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의 열세를 만회하지 못하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의약분업으로 제약업계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종근당 등 토종 간판업체들이 반격의 실마리를 과연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의약분업이 몰고올 결과가 주목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