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작가 린위탕(林語堂·1895∼1974)은 일찍이 '생활의 발견(The Importance of Living)'을 통해 구미 사람들에게 중국의 삶과 문화를 소개했다. 생활 속의 소소한 일들과 세시풍속을 섬세한 눈길로 담아낸 이 책은 지금도 서양사람들에게 중국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지침서의 하나로 꼽힌다. 보통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기록은 이처럼 한 민족의 모습을 가장 쉽게 전달한다. 생활용품 역시 마찬가지다. 의식주와 생업용 물품은 그것을 쓰던 사람들의 자연과 사회적 환경,역사 신앙 의례 풍속 등을 알려준다. 따라서 한 국가나 민족을 알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는 동시대 일반인의 사는 모습을 사실대로 보여주는 전시회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일본 오사카(大阪) 소재 국립민족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21일∼7월16일) '2002 서울 스타일전'이 바로 그런 것이다. 한ㆍ일 월드컵 공동 주최를 기념해 마련된 이 기획전에는 '이 선생 댁의 살림살이를 있는 그대로'라는 부제대로 오늘날 서울의 아파트에 사는 3세대 가정의 손때묻은 물건 3천여점이 고스란히 놓여져 있다. 출생 교육 입시 군복무 연애 결혼 장례 제사까지 한국인의 일상을 둘러볼 수 있도록 살림살이는 물론 결혼사진과 연애편지 표창장 족보까지 모두 옮겨놨다. 생활용품은 1백년만 지나도 구하기 어려운 수가 잦다. 실제 서울스타일전에선 얼마 전까지 사용하던 것인데도 지금은 찾기 어려운 게 눈에 띈다. 민속유물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민족의 뿌리를 알려주는 건 물론 시간이 가면 모든 게 소중해진다는 점을 일깨운다. 또한 문화상품 개발의 바탕을 제시한다.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인식이나 교육 없이 민족의 정체성 및 문화콘텐츠를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 박물관의 유물수집및 보관,교육이 중요한 건 이 때문이다. 소장품만 20여만점에 엄청난 자료와 영상학습실을 갖춘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과 비교할 때 겨우 2만2천여점 뿐인데도 예산 부족으로 새 유물 구입및 자료 확충을 엄두도 못내는 우리 국립민속박물관의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