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모으고 굴리는 것만이 재테크의 전부인 시절이 있었다. 은행 대부계의 문턱은 서민들이 넘나들기엔 너무도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사상 초유의 저금리시대가 전개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느낀 금융사들이 너나없이 가계를 상대로 한 '대출세일'에 뛰어들었다. '골라서 대출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대출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이제는 대출에도 재테크가 필요해졌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보다 싸게 대출받아 불필요한 대출이자를 줄이는 전략이 어느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계대출 전성시대 =가계 대출액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계대출 총 잔액은 3백3조5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2000년 말에 비해 25.8% 증가한 수치. 가계대출 총 잔액은 1998년말 1백65조8천억원, 99년말 1백91조9천억원, 2000년말 2백41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98년 이후 매년 15%씩 상승하고 있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4분기 7.3%를 기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2000년 4분기)에 비해 2.4%포인트 떨어졌다.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 주택을 구입하거나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금융소비자가 늘고 있다. 저렴한 대출상품 고르는 법 =가계대출액이 늘면서 저렴한 대출상품을 고르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내게 맞는 대출상품을 고르기 위해선 '금리쇼핑'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론프로 이모든닷컴 하우투론 웰시아닷컴 등과 같은 재테크사이트를 이용하면 클릭 몇번만으로 가장 낮은 금리의 대출상품을 찾아낼 수 있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대출상품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상품을 발견했다면 '대출 갈아타기'를 시도해볼 만하다. 저렴하게 대출받기 위해선 신용관리도 중요하다. 금융사들은 대출시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차등금리를 적용한다. 개인 신용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카드대금, 통신료, 이자납입 연체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는 개인의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신용평가 점수가 매겨지는 '크레디트 뷰로(CB) 제도'가 도입된다. 이에 따라 신용도에 따른 금리 차별화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대출 신풍속도 =대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출신청에서 대출금 입금까지 인터넷상에서 5분내에 끝낼 수 있는 인터넷전용 대출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연합캐피탈 한솔저축은행 등은 올들어 인터넷 대출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대출신청 방법도 첨단화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최근 휴대폰 무선인터넷으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 ARS(자동응답), 팩스를 통한 대출신청은 기본이다. 틈새시장을 노린 대출상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카드대납, 주식담보, 전세금, 활어담보, 교회담보, 성형수술 대출 등과 같은 이색상품을 내놓고 있다. 무리한 대출은 금물 =돈 빌리기가 쉬워졌다고 해서 무리하게 대출금을 끌어쓰다 보면 가계살림은 휘청이게 마련이다. 특히 최근들어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리가 오를수록 가계의 이자지급 부담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평균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늘어나는 이자부담은 가구당 연간 22만6천원 정도"로 추정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요즘같은 금리상승기엔 대출이자를 고정형으로 설정하는게 유리하다"며 "대출금 규모가 가계자산의 30%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