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이 워낙 빠른 속도로 성장해 상대적으로 백화점이 위축되는 듯한 모습이지만 백화점은 여전히 유통업계의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업계의 예상대로 할인점 시장이 내년에 백화점을 추월하더라도 전체 유통에 미치는 백화점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할인점의 급팽창에 가려져있어서 그렇지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백화점의 비중도 사실은 꾸준히 늘어왔다. 교보증권은 지난 2000년 13.7%이던 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14.3%로 높아졌으며 올해는 15.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백화점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해 1조2천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려 모든 유통업태를 통털어 단일매장으로는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롯데가 할인점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통지존"으로 불리는 것도 백화점 덕이다. 백화점은 외형적으로 볼 때 할인점과 치열한 영토전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백화점을 이용하던 많은 고객들이 싸고 상품구색이 다양한 할인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화점과 할인점은 경쟁관계라기보다 서로 보완적인 면이 많다"(롯데백화점 진창범팀장)고 설명한다. 할인점이 생필품을 저렴하게 파는 데 주력하는 반면 백화점은 고품격서비스와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쇼핑욕구를 채워주는 방향으로 역할분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한국의 백화점은 외국과 다른 독특한 영업환경을 갖고 있다. 카테고리킬러 아울렛 등 다양한 업태의 소매점이 제각각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전문상가의 형성이 미흡해 수준높은 쇼핑을 위해서는 백화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다른 매장에 납품하는 업체들도 백화점에서 살아남아야만 브랜드파워를 유지 또는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백화점은 여전히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업주부가 많은 점도 백화점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주부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쇼핑문화를 갖고 있으며 "고급품=백화점"이라는 인식이 뚜렷해 소득이 높아질수록 백화점 영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진단이다. 백화점들은 할인점과 다른 고차원의 서비스와 상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해부터 일제히 식품매장 고급화를 추진중이며 명품매장 확충에도 발벗고 나섰다. PDP TV,프로젝션TV 등 고가품으로 매장을 꾸미고 난후 하락일로에 있던 가전매장 매출도 상승세다. 또 부유층을 잡기위해 CRM(고객관계관리)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맞춤DM 등 새로운 기법을 선보이며 CRM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CRM시스템을 웹기반으로 재구축했다. 복합쇼핑공간으로의 변신도 주요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문화센타 화랑 이벤트홀 육아시설 헤어살롱 등을 만들어 "전(全)생활백화점"을 지향하고 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