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유명한 정치가는 이런 말을 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1주일은 무척 긴 시간이다"라고.이 표현은 국제석유시장의 상황을 묘사하는데 아주 적절하다. 지금 열리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료회의가 3주일 전에만 시작됐어도 사정은 크게 달랐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북반부의 겨울이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그래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던 국제유가가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사실 그 당시 유가는 9·11테러때보다 배럴당 6∼7달러나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아주 좋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낙관론이 퍼져 있다. 유가는 지난 수주동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월28일에는 배럴당 20달러선을 상향 돌파했다.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를 넘기는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4개월 보름만이다. 이제야 비로소 OPEC의 목표 유가인 배럴당 22∼28달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유가가 다시 강세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인가. 그건 아무래도 우리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감산노력일 것이다. OPEC은 2002년 1월을 기해 하루 1백50만배럴을 감산하자고 지난해말 결의했었다. 이전의 감산결의까지 고려하면 석유생산량은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11개월간 하루 5백만배럴이 줄어들었다. 일련의 생산감축 결의는 만성적인 유가 하락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지금 유가가 상승추세라고 해서 과거의 일을 잊지 말자.전례를 살펴보면 유가가 강세를 보일때 유가하락의 기미가 시작됐었다. OPEC 회원국은 물론 OPCE 회원국과 비OPEC 국가간에 생산량을 놓고 다툼을 벌였다. 이는 결국 석유의 과다생산으로 이어져 유가하락을 자초했다. 이제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최근 석유 생산국에 고무적인 조짐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경제가 뚜렷이 회복되고 있다. 경제회복은 석유소비량 증가와 석유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이같은 가파른 경제회복 속도는 OPEC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른 것이다. 하지만 경제를 예측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변수가 워낙 많고 돌발적인 사건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황이 아무리 낙관적이라도 OPEC 지도부는 주의 깊게 사태를 관찰,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악재에 대비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중동의 긴장은 세계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해칠 것이다. 이는 유가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는 중동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또 OPEC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 이익을 위해 석유 생산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돌발적인 전쟁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유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쟁은 일시적으로 가격을 크게 끌어 올리겠지만 회복되고 있는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 밑으로 떨어질 것이 뻔하다. 유가의 요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OPEC의 목표는 석유 생산국들이 생각하고 있는 바람직한 가격대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배럴당 22∼28달러선이 OPEC의 목표가격이다. OPEC은 이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향후 생산량 조절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정리=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 ◇이 글은 릴와누 루크만 OPEC사무총장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119차 OPEC각료회의에서 행한 개막연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