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스카프를 두른 여성 지휘자가 프랑스 음악의 해를 여는 서곡을 연주하고 있다. 악!세상에-여성 지휘자라니! 이렇게 놀라는 이유는? 여기서 퀴즈.지구상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이고 남성 우월적인 집단은.군대?-천만의 말씀.정답은 오케스트라다. 역사상 오케스트라는 여성이 발 붙일 수 없는 가장 폐쇄적인 집단이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절대군주로 군림하던 카라얀이 단 한번 단원들의 반발을 산 것은 바로 단원들의 동의 없이 여성 클라리넷 주자를 기용했기 때문이었다. 빈 필하모닉은 좀 더 심해 아예 단원 선발 규정에 "구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내에 태어난 남성"라는 조건을 명시하기도 했다. 단원도 되기 어려운데 그를 통솔하는 지휘자란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런 마당에 오케스트라의 여성 지휘자가 상징하는건 무얼까. 지난 1백년간 과학과 문명은 여성을 소비사회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가전제품을 한번 둘러 보자.세탁기 냉장고 가스오븐렌지 청소기 믹서...셀 수 없이 많은 물건이 여성을 위한 것이다. "여자라서 행복하다"고까지 말하지 않는가. 소비자의 80%가 여성이라는 조사결과는 여성이 소비의 주역이자 동시에 광고사회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여성을 위한 상품은 여성의 생존여건을 개선시켰고,광고는 여성의 지위와 의식을 개선시켜 왔다. 바야흐로 광고는 여성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여성 지휘자는 단지 음악의 해 서막을 여는 게 아니라,"여성을 위한,여성에 의한,여성의 광고"시대의 서막을 여는 것이다. 이제 광고는 남성중심 사회에서 약자로 치부돼온 여성에게 메이저의 지위를 안겨주고,남성의 힘 대신 여성의 부드러움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부드럽게 흐르는 헤드카피 "견(絹:비단) 장조 서곡(Ouverture en Soie Majeure)"이 말해주듯! < 표문송 대홍기획 카피라이터(차장) dalnorae@daeho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