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에 대한 마약수사가 확대되면서 "체계적인 광고모델의 공급및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모델수급 체계에서는 인기모델의 구속 등과 같은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광고대행사와 광고주가 커다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방지할 수있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 현재 국내 광고업계는 1년간 계약에 3억~4억원을 호가하는 대형 "빅 모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여성 인기 모델의 경우엔 한사람이 한해 10여개가 넘는 CF에 동시 출연할 정도여서 몇몇 빅모델에 대한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이다. 인기 영화배우나 탤런트가 아닌 전문모델과 어린이,일반소비자등을 다양하게 광고에 출연시키는 미국 유럽 등과는 풍토가 다르다. 하지만 잦은 출연빈도와 높은 모델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전문 교육은 거의 전무하다. 마약.이성관계 등 각종 스캔들이 터졌을 때의 대응법도 주먹구구 수준이다. 광고대행사들이 "모델 시스템 과학화"를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일본에서 시행되는 것과 같은 체계적인 모델 매니지먼트 회사의 도입을 꼽는다. 일본에선 "탤런트 프로덕션"이라는 전문 매니지먼트 회사가 탤런트와 광고모델 등을 함께 관리한다. 와타나베 프로덕션,요시모토흥업,바닝그 프로덕션 등이 대표적인 업체. 백길호 제일기획 동경사무소 국장은 "일본의 탤런트 프로덕션은 예전에는 소속 연예인들을 전부 기숙사 생활을 하도록 했을 만큼 모델관리가 엄격하기로 정평이 나있다"며 "최근에도 마약흡입과 같은 범죄행위는 물론이고 불륜 등 문제가 불거질 때 본인의 장래에 미치는 악영향을 사전에 분명히 교육시킨다"고 말했다. 광고 모델이 스캔들이나 마약복용 등으로 문제를 일으킬 경우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기민한 대응으로 파장을 최소화하는 것도 프로덕션의 몫이다. 프로덕션이 나서서 이런 문제를 처리해주면 광고주나 광고대행사는 상대적으로 모델 문제에 신경을 덜 써도 된다. 국내에 있는 일본계 광고대행사 하쿠호도제일의 김춘환 상무는 일본의 모델 시스템 선진화 사례로 하쿠호도 본사의 "캐스팅업무국"을 들었다. 30여명으로 이뤄진 캐스팅업무국의 주 업무는 과학적인 모델 선발.문제가 생길 만한 모델을 사전에 걸러내는 광고대행사 내부의 "안전판"이다. 국내 대행사엔 이런 조직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의 연예인 매니지먼트사로는 사이더스 SM기획 등이 대표적이고 모델 에이전시로는 레디 모델네트 캐스팅나우 피터팬엔터테인먼트 등이 손꼽힌다. 하지만 이들도 일본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게다가 이들 외의 업체들은 대부분 전문성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편 최근 국내 광고주들 사이엔 빅모델을 기용할 때의 부담감 때문에 사내직원을 모델로 기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홈쇼핑업체 우리홈쇼핑은 TV CF를 준비하면서 일급 모델 기용을 논의하다가 최근 마약파동 이후 자사직원을 내세우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