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으로 다국적기업의 약점인 조직력을 보강하고 체력도 키운다". 마라톤 열풍을 외국계 정보통신업계에로 확산시키고 있는 화제의 인물들이 있다. 각종 마라톤 대회를 27회 연속 출전한 철각 은희진 이사(45세,한국EMC 영업이사)와 99년부터 9차례 풀코스를 완주한 이병윤 부장(47세,IBM 홍보실 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에게 마라톤은 바쁘게 돌아가는 IT(정보기술)기업 환경속에서 삶과 직장생활을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는 "엔돌핀" 같은 역할을 한다. 세계적인 정보 스토리지업체인 EMC의 은희진 이사는 1997년 동아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시작으로 마라톤을 통해 놀라운 체력과 지구력을 과시하고 있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에 쌓여 있다가도 마라톤화를 신고 뛰기 시작하면 평정심과 인내심을 얻을 수 있다는 그의 "마라톤 철학"은 곧 "인생 철학"이다. 은 이사는 "EMC 본사직원이 방한했을 때 아침에 조깅할 코스를 물어온 적이 있다. 당시 마라톤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터라 조깅과 마라톤을 주제로 서로 한참을 얘기했다. 첨단기술이 굉장한 속도로 발전해 가는 정보통신산업 종사자들에게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는 여유는 세계 어디에서나 필수적인 요소라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마라톤매니아가 된 은 이사는 사내에서도 앞장서 마라톤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9월 한국EMC에 마라톤 동호회를 조직해 건강과 친목을 다지고 있다. 엔지니어 영업사원 마케팅사원 등 서로 다른 부서 소속 25명의 회원들은 토요일마다 한강 고수부지에 모여 여의도에서 반포까지 약 6km정도의 구간을 달린며 일체감을 조성하고 있다. 마라톤 예찬론자인 IBM의 이병윤 부장은 지난 99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문화일보 통일마라톤,조선일보 마라톤,서울마라톤 등 총8회에 걸쳐 풀코스를 완주했다. 지난 17일엔 동아마라톤 풀코스를 뛰었다. 그는 마라톤 부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아내와 함께 뛰니 부부 정이 새로 샘솟고 가족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부부가 이젠 마라톤에 중독되다시피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 부장은 외국계 IT기업의 마라톤 열기에 대해 "글로벌 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과 처리 등 업무부문에서 최고의 성과를 요구한다"면서 "때문에 강한 체력은 업무수행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