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입장에선 버스정류장이나 업무지역과 가까운 국회 정문 앞에 지하철역이 생기는게 더 편한게 사실이지요" 서울시가 지하철 9호선의 국회 구간 노선을 국회의사당을 우회하는 쪽으로 결론낸 15일 장석효 지하철건설본부장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회함으로써 국회정문에서 60m나 멀어진 곳에 지하철역이 생기게 됐고 시민불편이 커졌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다. 시민들을 생각해 국회 정문 앞에 역을 두려면 지하철 노선은 기술적으로 국회의사당과 의원회관 사이를 지나가는게 불가피하다.서울시는 당초 이것이 '베스트'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베스트를 포기했다.장 본부장은 "국회가 강하게 반대하는데 밀어붙일수야 없지 않습니까"라며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했음을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국회를 끝까지 설득할 자신도 없으면서 질질 끌어 개통이 늦어지면 그만큼 시민불편이 커지지 않겠습니까"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날 확정된 최종 노선은 국회가 주장해온 안과 비슷하다.그간 국회사무처는 9호선이 국회의사당과 의원회관 사이 지하를 통과해선 안된다며 공문을 보내는 등 압력을 가했다. 지하철이 통과하면 낡은 국회의사당에 균열이 생길 수 있는데다 앞으로 의사당 주위에 지하주차장이 있는 건물을 신축하는데 지장이 생길 것이란 이유를 내세웠다. 장 본부장은 "공법이 발달한 요즘 지하철 공사나 운행으로 노후시설이 파괴된다거나 주차장 건설이 어렵다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도 "하지만 나중에 지하철 때문에 의사당에 금이 갔다고 우기면 어떡합니까"라며 말을 흐렸다. "국회처럼 힘센 기관이 아니라 시민들이 반대했어도 과연 노선이 변경됐겠느냐"라는 질문에 장 본부장은 함구했다. 일본의 경우 국회가 시민 편의를 위해 지하철의 의사당 경내 통과를 허용한 전례가 있다고 한다. 시민편의보다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의사당 건물 안전문제를 내세워 지하철노선을 틀어버린 '님비 국회'나 그런 국회에 굴복한 서울시나 국민의 눈에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주용석 사회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