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조흥은행장에 홍석주 상무(49)가 내정됨으로써 '40대 대형 시중은행장'이 탄생하게 됐다. 금융가에서는 그의 발탁을 신호탄으로 은행권 세대교체가 한층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상무가 차기 행장으로 깜짝 발탁된 것은 '관치인사 시비'를 잠재우고 조흥은행의 민영화 일정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한 정부의 고육지책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행장후보 선임에 '사실상의 전권'을 행사한 정부는 당초 조흥은행장에 외부 인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관치 낙하산'에 대한 여론이 들끓은 것 등이 부담이 돼 결국 내부인사를 선택했다는 것. 여기에 "은행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내부 인사가 후임 행장이 돼야 한다"는 위성복 현행장의 강력한 주문도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11일부터는 이강륭 부행장과 홍석주 상무로 행장 후보가 좁혀졌으며, 두 사람이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43년생인 이강륭 부행장을 행장으로 선임할 경우 위 행장과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홍 상무쪽으로 저울추가 기운 것으로 보인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의 전격 사퇴선언으로 야기된 관치인사 시비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40대의 홍 상무같은 '깜짝 카드'가 필요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특히 우려했던 것은 조흥은행의 민영화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조흥은행은 4월2일부터 DR(주식예탁증서) 발행을 위한 해외 로드쇼(설명회)에 나설 계획이다. 로드쇼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4월25일께 5억달러의 DR를 발행할 예정이었다. 정부로서는 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처음으로 회수한다는 점에서 조흥은행의 DR 발행 성공에 상당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위 행장의 퇴진 결정으로 분위기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해외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DR 발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자 그동안 DR 발행 등 민영화 작업을 지휘해온 홍 상무(기획재무본부장)를 행장으로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53년생인 홍 행장 내정자 외에 현직 40대 은행장은 하영구 한미은행장뿐이다. 홍 행장 내정자는 지난 76년 조흥은행에 입행한 뒤 26년만에 은행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조흥은행의 '인재 육성 프로그램 1호'로 선발돼 지난 85년 미국 와튼스쿨에서 MBA(경영학석사)를 취득했다. 조흥은행에서 리스크관리실장 기획부장 기획재무본부장을 역임, 기획통으로 통한다. 합리적 성품으로 조흥은행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꼽히긴 하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임원과 고참부장들을 어떻게 추스를지가 눈 앞에 놓인 큰 과제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