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참사는 세계를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하고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국제사회는 이미 테러리즘에 강하게 맞서고 안보를 강화함으로써 강력하게 반응해 왔다. 그러나 그런 조치들로는 충분치 않다. 폭탄이나 군대만으로는 더 살기좋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 수 없다. 우리는 전쟁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통찰과 용기,정치적인 신념을 가져야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사회적 불평등이 전세계에 만연해 있고 빈곤과의 싸움이 수행되지 않고 개발의 진전과 평화를 향한 진전이 함께 인식되지않는 한 테러와의 전쟁은 이길 수 있어도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전쟁은 끝낼 수 없다. 가난은 장기적으로 가장 큰 문제이자 도전이다. 가난은 젊은이들로부터 희망과 기회를 앗아가고 소외와 분노,충돌로 이끈다. 또 전쟁과 테러로 발전할 수 있는 사상과 행동을 낳을 수 있는 토대를 키운다. 부유한 세계와 가난한 세계를 갈라놓았던 상상의 벽을 허물어야 할 때다. 세계는 글로벌라이제이션과 상호의존성의 증가로 하나가 되고 있다. 이 통합된 세계에서 빈곤은 우리 모두의 적이다. 빈곤은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일뿐 아니라 몸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해치는 암과 같은 존재다. 가난한 사람들을 자선의 대상이 아니라 더 안전하고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자산으로 대해야 한다. 개별적인 프로젝트들을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프로그램들로 발전시켜야 한다. 개발의 주체는 빈국들이다.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새로운 협력"을 위한 모임에서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우리는 더이상 환경의 지배를 받아서는 안된다.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고 나머지 세계에 우리의 노력을 보조해 달라고 요청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의 리더십만으로는 부족하다. 선진국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부유한 국가들은 빈국들이 정치와 경제 사회에서 스스로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빈국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관련 프로그램들을 지원해야한다. 또 빈국들의 시장접근을 가로막는 무역장벽들을 철폐하는 데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세번째로 농업보조금을 삭감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1년에 3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은 부국들이 50억 인구에 달하는 빈국들에 지원하는 자금보다 6배나 많다. 네번째로 빈국들에 대한 부국들의 원조를 근본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지난해 140개국 지도자들이 유엔에서 결의한 "밀레니엄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년에 4백억~6백억달러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추가 지원이 이뤄져도 총지원규모는 1천억달러로 선진국들의 GNP(국민총생산) 0.5% 수준이다. 수년전 세계지도자들이 동의한 0.7% 수준에는 못미친다. 하룻밤사이에 지원금을 두배로 늘리는 것은 재정적인 현실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빈곤 퇴치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향후 5년동안 1년에 1백억달러씩 단계적으로 원조금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 수입이 1달러미만인 절대적인 빈곤층의 수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이런 투자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정리=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이 글은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가 최근 워싱턴 우드로우 윌슨 국제센터에서 "A Partnership for Development and Peace"란 제목으로 행한 연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