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회 여성의 날(8일)을 앞두고 정부에서 주부들이 일정 교육을 거쳐 영아(만 0∼2세)를 돌볼 수 있게 하는 가정보육모제를 도입하고 민간 영아 보육시설에도 교사인건비를 지원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보육사업 할성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일단 주목할 만하다. 보육시설 부족이 여성의 사회 진출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21세기 국가경쟁력은 여성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우수한 여성인력의 확충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여성인력 없이 선진국과 경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현황은 안타깝기만 하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산출한 여성권한지수(GEM)는 64개국중 61위고,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비율(51.8%)도 OECD회원 31개국중 24위에 불과하다. 대졸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54%)은 OECD 평균(83%)에 턱없이 뒤지고, 대기업의 과장급 이상 비율(4%)이 필리핀(30%)이나 말레이시아 멕시코(20%)에 못미치는 것 또한 열악한 상황을 보여주고도 남는다. 국내 여성의 지위나 사회참여가 이처럼 형편없는 것은 출산 및 보육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탓이 크다. 지난해 정부의 보육비용 부담률은 28%로 일본(54%)의 절반 수준이다. 결국 대부분의 취업여성이 출산 후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가정과 직장중 한곳을 택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의 '보육사업 활성화 방안'이 눈길을 끄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대책만으로 우수한 여성인력을 늘릴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려면 고용 및 승진 증대라는 해묵은 과제가 선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데 이어 지난해 육아휴직비 지급을 포함한 모성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실제론 여성의 정규직 고용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향이 짙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노동부가 올해부터 모집 채용시 성차별적 광고를 하면 사업주를 처벌하겠다고 나섰지만 이 역시 실효를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요한 건 제도적 장치나 구호보다 의식변화다. 여성의 능력을 사장시키면 손해라는 인식 아래 채용상의 보이지 않는 벽이나 업무영역 한계를 헐지 않는 한 어떤 방안도 선언적 의미 이상을 거두기 힘들다. 여성 스스로 인문ㆍ사범계 중심의 전공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능력을 개발하며 철저한 직업의식 아래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