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올해 대선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평가하겠다고 나선 것은 우리의 정치현실이 얼마나 낙후돼 있는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각 정당의 후보들이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를 중시한 인기영합적 선심공약을 얼마나 남발해 왔는가는 자세히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표를 의식해 집단이기주의에 편승하고,감내하기 어려운 사회복지를 약속하는가 하면,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게 일상화되다시피 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문제는 그같은 공약으로 인해 경제질서가 무너지고 기업활동이 어려워져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왔다는데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오죽했으면 재계가 불법정치자금 배격 선언에 이어 반시장주의적 대선공약을 평가하겠다고 나섰을까에 대해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물론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적극적인 정치 참여,또는 특정후보 지원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지만 재계가 제시한대로 특정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시장친화적인 공약인지의 여부만을 따져보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게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칫 눈앞의 기업이익 보호에 치우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선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만에 하나 그같은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면 사회계층간 불화는 물론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도 없지않기 때문이다. 경제단체협의회가 밝힌대로 경제운용의 합리성을 추구함으로써 국가경제발전의 저해요인을 제거하자는데 주안점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재계의 공약평가는 정치발전에도 큰 도움을 주리라고 확신한다. 우리의 정당은 정책이념보다는 사람중심으로 모여있고,그러다보니 정책대결은 뒷전이고 상대방 흠집내기에 주력해왔던 게 현실이다. 공약평가가 제대로만 이뤄진다면 이를 시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정치인들도 그런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번 공약평가에 대해 일부 정치인들은 '정치는 정계에 맡기고,재계는 경제에 전념하라'는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이해할 수 없고,또 정치를 단순히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려는 놀음'정도로 알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국가지도자라면 최소한 자유시장경제 체제하에서의 국가발전 원동력이 기업으로부터 나온다는 인식 만큼은 철저하게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