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시장에서 유배당 상품이 사라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연금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을 무배당으로 전환하는 등 유배당 상품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보험회사들의 주력 품목이었던 유배당 상품은 최근 전체 보험상품에서 차지하는 신계약비 비중이 1∼2%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보험사들이 배당상품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있는걸까. 배당제도란 보험사가 고객이 맡긴 돈(보험료)을 잘 운용해 얻은 잉여금중 일부를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현행 보험감독규정 1백16조에는 보험사 잉여금중 90%를 계약자에게 배당하고 나머지 10%만 주주에게 배분토록 명시돼 있다. 지난 99년 보험 당국이 계약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규정했다. 생보사가 주식회사라고는 하지만 자산 대부분이 계약자 돈인 만큼 잉여금 대부분을 돌려주는게 마땅하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보험사가 아무리 장사를 잘해도 잉여금중 주주몫은 10%에 불과하다. 이렇게 주주몫이 제한되면서 주주의 경영참여 의욕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 것. 당장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증자나 후순위채 매입을 해야 하는 보험사 주주 입장에서 획일적인 계약자 배당제도가 의욕을 잃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이 더 이상 유배당 상품을 팔지 않는 이유다. 현실적으로 불합리한 규정을 따르기 어렵다면 금리를 1%포인트 더 얹어주고라도 무배당 상품을 팔겠다는게 생보사들의 생각이다. 보험료 산정기준이 되는 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무배당 상품은 유배당에 비해 보험료가 싸다. 그러나 당장 보험료가 싼 것보다 지속적으로 배당을 받아 미래에 더 많은 혜택을 받길 원하는 고객도 있다. 실제로 미국 푸르덴셜이나 독일 보험사들은 유배당 상품을 더 많이 팔고 있다. 현실을 적절히 반영치 못한 보험감독 규정으로 인해 유배당 상품 시장이 고사됐는데도 감독당국은 수수방관이다. 일본 금융감독청의 최근 결정은 우리 감독당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금융당국은 내달 1일부터 생보사(상호회사)의 계약자 배당몫을 현행 80%에서 20%로 낮추기로 보험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역마진으로 어려움에 처한 일본 생보사의 배당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국내 보험시장도 사실상 보험료 자유화가 이뤄진 만큼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배당도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할 때가 됐다. 시장을 죽이는 정책을 고객보호라고 할 수 없다. 상품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게 고객보호이고 시장 발전정책이다. < ikl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