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전국의 1백21개 상호신용금고가 상호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새출발을 하게 됐다.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신용금고'라는 이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서민들로서는 새로 출발하는 '저축은행'이 명실상부한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나 주기를 비는 마음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은행 문턱이 높던 시절 신용금고는 때론 서민들의 급전창구로, 때론 한푼두푼 모은 돈을 불리는 저축기관으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나 대주주 1인 지배체제와 리스크관리 시스템 부재로 많은 문제를 노정시켜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사(私)금고처럼 운영되다 보니 불법대출이 판을 치고 각종 게이트에 연루되는 등 금고업계가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97년 2백31개였던 금고는 4년만에 절반 수준인 1백21개로 줄어드는 시련을 겪게 됐고, 이 과정에서 서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어떻게 탈피하느냐라고 할 수 있겠으나 '저축은행'으로 간판만 바꿔 단다고 해결될 일은 결코 아니다. 현재와 같은 1인 지배체제와 주먹구구식 리스크 관리시스템으로는 아무리 '은행'이라고 이름을 붙여봐야 누가 이를 은행이라 믿겠는가. 따라서 진정한 저축은행으로의 변신을 위해서는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방지하는 한편 리스크 관리 강화, 자본확충을 통한 BIS비율 제고 등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사금고화 방지를 위해서는 지난해 3월 도입된 감사위원회를 자산 3천억원 이상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모든 금고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1백21개 금고중 상장.등록된 13개를 뺀 나머지는 대부분 오너와 특수관계인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울러 자산 2천억원 이상에만 의무화돼 있는 리스크관리위원회 설치도 대폭 확대하고 운영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 고수익을 내기 위해 위험이 높은 자산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자산운영의 특성상 더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이러한 정책당국의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금고업계의 자정의지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 봐야 금고업계의 환골탈태 의지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법대출과 비리를 척결하는데 한계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번 명칭변경을 계기로 금고업계가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명실상부한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