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장에도 퓨전(Fusion) 바람이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다. 천연물질에 바이오 나노의학 제약기술 등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퓨전상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발이 썩는 질환에 바르는 EGF(상피세포성장인자)가 주름살을 펴고 피부노화를 방지하는 화장품으로 개발됐다. 야생 동충하초가 성인병 예방, 정력 증강 식품으로 탈바꿈했다. 실크아미노산이 아미노산 식품과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산삼조직을 배양해 나온 산삼의 성분으로 피부를 탄력있게 해주는 기능성 화장품도 선보였다. 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에서 고유영역 붕괴 현상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바이오라는 이름을 걸친 퓨전 상품이 차세대 주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 정보기술(IT)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고 있는 퓨전바람이 이제 상품쪽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생약과 과학이 결합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천연제품은 있는 그대로의 형태로 먹고 바르고 치료하는데 이용됐다. 그러나 80년대 들어서면서 천연물질에 과학이 추구하는 기능성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생약이 더이상 탕제나 환제의 원료로만 쓰이지 않는다. 요즘은 유효한 성분만을 추출, 건강 보조식품이나 영양제로 판매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생약들이 바르는 용도로도 개발되고 있다. 동물성 기름이나 알코올에 지친 피부를 '청초한 식물성'으로 감싸준다는 제품 컨셉트가 소비자에게 어필되고 있다. 한국화장품은 최근 산삼의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 원료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 비싼 산삼 추출물이 아니라 강원도 평창에서 채취한 1백10년짜리 산삼에서 조직을 채취, 이를 인공으로 대량 조직배양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서 실험한 결과 이 원료는 피부세포의 증식을 돕고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콜라겐 합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약원료들이 화장품에도 첨가되고 있다. 생약원료는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피부에 흡수가 어려웠지만 나노기술을 활용, 피부에 안전하고 빠르게 흡수시킬수 있을 전망이다. 식품에도 고기능성 경쟁 뜨겁다 =한국야쿠르트의 '윌'은 위 기능 개선, 롯데햄우유의 '루테리'는 식중독 예방의 효과를 내세워 기능성 유산균시장을 이끌고 있다. 소화촉진 설사멈춤 장청소기능 등 유산균의 일반적 기능 외에 차별화된 기능성을 추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능성 건강 보조 식품도 세대 교체를 맞고 있다. 최근 3년간 키토산 알로에 DHA 스쿠알렌 식품의 인기가 서서히 시들고 대신 옥타코사놀 글루코사민 리프리놀 등이 떠오르고 있다. 옥타코사놀의 경우 각종 연구결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지구력과 성욕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연골의 생성을 촉진하는 관절염을 개선하는 글루코사민과 리프리놀도 중.노년층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3가지 제품은 인체에 들어 있는 기능성 물질을 공업적으로 양산, 성공한 사례들이다. 천연 항생제로 통하는 에키나세 생약, 우울증을 개선해 주는 카바카바와 세인트존스워트, 전립선 비대증 개선 식품인 소오팔메토 등과 같은 수입 기능성 식품도 시장 쟁탈전에 가세했다. 이들 새로운 기능성 식품의 경우 특정 효능을 명시하고 이를 데이터로 입증하고 있다. 몸에 좋아 먹어 본다는 '보양식'과는 개념을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양잠 분야에서도 바이오 상품이 탄생하고 있다. 실크아미노산 외에 동충하초 원잠아 누에가루 등이 대표적이다. 동충하초의 경우 누에에 동충하초균을 접종해 양산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기능성 식품 대열에 끼어들었다. 원잠아(교미하기 전의 수컷 누에나방)도 대량 생산기법이 개발돼 정력 증강 식품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누에가루는 혈당치를 떨어뜨리는 당뇨치료 보조식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의약품이 화장품으로도 탈바꿈한다 =대웅제약의 EGF는 새살을 돋게 하는 피부노화방지 및 주름살 제거용 화장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대웅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이 상품의 승인 요청중이다. 종근당 보령제약 동성제약 등도 아토피성 피부염 등을 개선하는 기능성 화장품을 시판하고 있다. 퓨전 바이오상품 전망 =퓨전 바이오상품 가운데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기발하게 상품화한 것도 있고 나노테크놀로지를 접목한 첨단 제품도 있다. 일부 제품의 경우 독특한 효능이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퓨전 바이오 상품 시장 전망은 밝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퓨전 바이오상품에 대한 수요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