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만은 안된다'는 각계의 여론을 무시하고 철도 가스 발전 등 국가기간산업노조가 사상초유의 연대파업에 돌입한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중 가스공사가 파업 한나절 만에 협상이 타결돼 파업을 철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으나 철도 발전노조의 파업은 계속되고 있고 오늘부터는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10만여 근로자가 동조파업에 들어간다고 하니 국가경제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닐 게 분명하다. 철도 발전 사업장은 국민생활과 직결된 업무를 수행하는 필수공익사업장으로,파업이 엄격히 제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발'과 '국가의 에너지원'을 볼모로 하여 흥정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배신감은 어느 때보다 클법도 하다. 이번 파업은 목적과 절차에 있어 최소한의 법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불법파업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민영화 철회와 해고자 복직 문제는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바 있다. 또 가스노조나 발전노조는 중노위가 직권중재에 들어가 있는 상태여서 원천적으로 파업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이들 노조가 동시파업을 강행한 것은 상급단체의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상급단체들은 사업장의 근로조건과는 상관도 없는 정책적 사안을 놓고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사업장 노조에 파업을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이번에도 공기업 민영화 저지와 주5일 근무제 조기실시를 밀어붙이기 위해 파괴력이 큰 기간산업노조를 억지로 선봉에 내세운 감이 없지 않다. 파업에 대한 조합원 호응도가 예상외로 낮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철도노조 순천지방본부가 대다수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라 처음부터 파업불참을 선언한 것이나 철도노조 파업참여 인원이 전체 조합원의 29%에 불과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파업을 정략적 도구로 이용하는 상급단체의 횡포는 이번 기회에 근절돼야 한다. 또 아무리 불법 파업이라도 일단 파업만 철회하면 모든 불법을 용서하고 책임을 묻지 않는 관행도 하루속히 시정돼야 할 일이다. 협상대상이 될 수 없는 해고자 복직 문제가 계속 핵심이슈가 되는 것도 이같은 나쁜 관행 때문이라고 본다. 불법행위는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고 배상책임 역시 엄중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다소의 국민불편이 따르더라도 이번 파업을 전국의 사업장에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