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강보험료 인상과 의료수가 조정을 위해 26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의약계 대표 6명이 의료수가 인하 반대를 이유로 불참하는 바람에 결정이 일단 미뤄졌다고 한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공익 대표와 소비자 대표,그리고 의약계 대표 8명씩 모두 24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일부 이해당사자가 빠졌다고 해서 결정을 미루는 것도 그렇지만,자신들의 이익과 상충되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서 회의자체를 부정하는 의약계의 행태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고 본다. 아무리 수가인하를 수용할 만한 여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논의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지나친 집단이기주의의 표출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건강보험 재정적자의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다면 어떻게 그같은 행태를 보여줄 수 있었는지 믿기지 않는다. 지난해 특별법을 제정하면서까지 재정건전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특히 담배부담금을 대폭 인상했고,보험료도 7% 이상 올릴 계획이어서 소비자들의 부담도 이만 저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불만이 큰 쪽은 오히려 소비자인 보험가입자들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의약계가 수가 만큼은 절대로 손대지 못한다고 주장한다면 누가 합당한 처사라고 인정하겠는가. 보험료 및 수가조정이 늦어지면 그만큼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올들어 지난 1월 한달에만도 2천4백억원의 재정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추세라면 올해 누적적자는 예상을 훨씬 웃돌 것이라고 한다. 올해부터 적용하려던 건강보험료 인상이 벌써 두달째 미뤄지면서 이것만으로도 한달에 7백억원씩 모두 1천4백억원의 보험료 수입차질이 생겼다. 결론이 미뤄질수록 재정건전화는 늦어질 수밖에 없고,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오게 될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물론 건강보험료 인상과 의료수가의 인하는 의약계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실시하는 게 무엇보다 바람직하다. 그러나 제각각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아 합의가 불가능하다면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을 토대로 결정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해조정을 위해 위원회가 소비자와 의약계,그리고 이해 중립적인 공익위원들로 구성된 게 아닌가. 건보재정 건전화는 화급을 다투는 현안이고,따라서 건보료 및 수가조정은 더 이상 미룰 게 아니라 표결을 통해서라도 조속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