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선거의 해다. 대통령선거만 해도 엄청나게 큰일인데 지방선거까지 불과 몇개월을 두고 치르게 된다. 그래서인지 벌써부터 다양한 정책들이 국가적으로,또 각 지방단위로 많이 제시되고 홍보되고 있다. 주식시장도 최근 꽤 상승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은 부분적으로 과열현상까지 보인다. 정치적 경기변동(Political Business Cycle)이 시작되어 벌써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정치적 경기변동이란 선거와 같은 대규모 정치행사가 재정 및 금융정책을 포함한 모든 경제행위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포괄적으로 뜻한다. 보통은 각급 정부의 재정지출 사회복지지출 실질임금 등이 선거가 있는 기간 중에 특별한 변화를 보이면 정치적 경기변동이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이론의 기본적인 가정은, 각급 정치가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제정책을 시행하며,유권자들은 투표행위를 통해 경제적 성취에 대한 안정적인 선호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정치가와 유권자를 전제로 선거가 경제에 주는 영향을 분석하는 모델인 이 이론은 이미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선진제국에선 실증적으로 꽤 많이 확인됐다. 심지어 러시아와 같이 시장체제가 아직 성숙되지 않은 나라에서도 선거를 통해 유권자의 투표를 사는 행위가 부분적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선거라는 정치행위를 해본 역사가 그리 오래지 않아 아직 초보 단계에 있다. 해방 이후 각각 열여섯번의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열세번의 지방선거를 치렀다. 선거기간은 초대 42일,2대 49일,7대 32일,그리고 16대 17일과 같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방선거는 더 초보 단계다. 1960년 지방선거 이후 30여년간 선거자체가 없어졌다가 91년 겨우 재개됐다. 선거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점은 엄청난 선거비용이,그것도 비합법적으로 뿌려진다는 데 있다. 한 추산에 의하면 지방선거에 합법적으로 5천억∼6천억원 정도,불법적으로 4천억∼5천억원 정도 쓰여져 도합 1조원 정도 소요될 거란다. 대통령선거는 규모가 휠씬 더 크다. 제도적으로 정치자금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현실에서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전 선거를 기준으로 추산하건대 여당의 경우 5천억∼7천억원,야당의 경우 그 절반수준 정도를 대선비용으로 본다. 이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비합법적인 자금이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틀어 추산컨대 적어도 1조원 이상의 돈이 불법적으로 쓰여진다. 정상적인 경제의 흐름을 왜곡시킬 수 있는 규모다. 선거를 위한 엄청난 규모의 비합법적인 돈의 흐름은 지하경제의 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추정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한 연구에 의하면 2000년 현재 우리 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59조원 정도다. 과거 90년 23조원, 95년 52조원 정도의 추세를 볼 때 증가율은 현저히 줄었으나,그 절대 규모는 여전하다. IMF 위기를 거치면서 구조조정과 조세부담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신용카드 사용 증가 등이 지하경제의 규모 확산을 다소 진정시킨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아직도 적게 잡아서 60조원 전후의 비정상적인 돈의 흐름은 탈세 경제범죄 부정부패 등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분이 축적되어 불법 선거비용으로 쓰여지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수백년에 걸친 경제발전을 우리는 수십년에 이루었다고 자랑하지만,이면에는 극심한 불균형과 갈등 요인들이 누적되어 있는 것이다. 정치 사회 문화 교육 국민의식 등 경제외적 부문들이 경제만큼 발전되지 못했다. 특히 정치와 경제의 불균형은 아주 심각한 상태다. 선거 때마다 거론되는 불법선거비용이 그 부분적인 증거다. 국가와 지방행정을 담당할 책임자를 선출하는 바람직한 사회제도로서 선거가 오히려 경제를 크게 왜곡시키지 않도록 근본적인 방안을 찾아볼 시점이다. 이번 선거를 통한 정치적 경기변동이 심각하지 않기를 희망할 뿐이다. kwn@tiger.korea.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