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6일 개막되는 제네바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의 월드카(모델명 TB)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TB는 이번 모터쇼에서 베일을 벗은 뒤 오는 5월께 국내외에 출시될 예정이다. EF쏘나타와 싼타페로 북미시장 공략에 성공한 현대차는 이번에 공개되는 TB를 앞세워 서유럽의 소형차 시장을 노릴 계획이다. 서유럽 시장은 배기량 1천~1천5백cc급 차종부문에서 세계 모든 자동차메이커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다. TB는 근본을 생각한다는 "Think Basic"의 줄임말로 실용성 경제성 환경친화성을 두루 갖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차를 "월드카"로 명명한 이유는 특정지역을 겨냥한 차가 아니라 하나의 기본설계를 갖고 각 시장의 상황에 맞게 내외장을 바꿔 세계시장 어디서나 생산.판매가 가능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연간 국내생산 규모는 15만대로 향후 30만대까지 확충되며 70%이상이 해외로 수출될 예정이다. TB는 206(푸조) 클리오(르노) 푼토(피아트) 등 세계적인 소형차들을 경쟁 상대로 지목했다. 엔진 개발에는 총 2천4백억원이 투입됐으며 가솔린 엔진은 1천1백,1천3백,1천6백cc급이 나오고 디젤엔진은 1천5백cc가 출시된다. 이 가운데 디젤엔진은 아시아권에서는 처음 개발된 승용차용 커먼레일시스템 엔진으로 배출가스를 대폭 줄였고 연비는 기존 엔진보다 20%이상 향상시켰다. 가솔린엔진은 리터당 연비가 20km에 달하며 디젤엔진은 리터당 최대 25km까지 가능하다. 기본 가격은 1천3백cc급의 경우 7백만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징은 운전석 에어백이 기본 장착된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차량 크기에 상관없이 운전석 에어백이 기본사양으로 얹혀지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TB에 적용된 신기술은 우선 전자감응식 파워핸들을 들 수 있다. 환경친화적인 유압식 시스템을 적용해 연비가 뛰어나고 정확한 조종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디스크타입의 뒷쪽 브레이크를 적용했고 운전자가 차에서 내릴 때 라이트를 끄지 않으면 자동으로 꺼지게 하는 "배터리 세이버"도 달았다. 또 앞타이어의 중심과 범퍼간의 거리를 짧게 하는 대신 앞-뒤 타이어간 거리를 늘려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넓은 실내공간과 안정성을 확보했다. 외관은 지붕과 뒷면이 수직에 가깝게 꺾인 해치백 스타일을 구사하면서 뒤쪽은 스포티한 감각을 살렸다. 현대는 이 차의 출시시점을 GM-대우차(가칭)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5월로 잡아놓았다. GM이 대우차 인수의 여세를 몰아 라노스 후속모델에 총력을 기울일 경우 TB로 맞불을 놓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TB의 전략적 가치는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 현대는 TB를 세계적 전략차종으로 육성,그동안 취약했던 서유럽 및 일본시장과 개도국 시장의 일각을 허물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향후 3년간 한국-중국-인도-유럽 등지에서 TB를 80만대까지 생산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차가 하나의 플랫폼에서 8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것은 이 차가 처음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