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hyun@nonghyup.com 농협이 운영하는 농업박물관 앞에는 작은 농장이 있어 어린이들이 자주 찾는다. 얼마 전 한 유치원의 어린이들이 농업박물관과 농장을 둘러봤는데 인솔한 교사의 교육이 잊혀지지 않는다. "텔레비전이나 냉장고,자동차가 없으면 생활이 많이 불편하겠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는 있어요.그런데 먹을 음식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밥도 없고,김치도 없고,우유도 없고,수박이나 방울토마토도 없다면…" 교사의 말에 어린이들은 입을 모아 합창하듯 대답했다. "굶어 죽어요!" 그렇다. 생명이 있는 존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도,정신적인 가치도,사랑이나 명예도 아니다. 바로 식량이다. 서럽다 서럽다 해도 배고픈 설움보다 큰 것은 없다. 그리고 우리 한국사람에게 쌀은 식량의 대명사다. 지난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가 선언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우리의 쌀농사였다. 논은 우리 국토의 13%밖에 안되지만 온 국민의 식량안보가 달려있는 곡간이다. 조상이 여기에 여러 작물중 가장 높은 열량을 내는 쌀을 심었기에 망정이지 쌀이 아니었다면 이 좁은 땅에 무엇을 심어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무역이 발달하고 경제가 튼튼하다 해도 식량의 자체공급 없이 견딜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더욱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북녘과 대치하고 있는 나라에서 식량자급도가 28% 수준밖에 안되는 것이 우리 처지임에랴. 논은 비단 식량만 생산해내지 않는다. 산업화,도시화된 국토에서 막대한 공익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장마철 홍수를 막고 토양유실을 방지하며,물을 가둬 지하수를 공급한다. 이런 편익의 경제적 가치가 매년 19조원에 이르러 쌀 생산액의 두배가 넘는다. 논은 생태적으로 벼가 자라는 인공적 습지로서 그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논을 지키려면 쌀을 심어야 하고 그래서 쌀이 그토록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뉴라운드 협상에서도 쌀농사만은 유지될 수 있도록 국론을 모아야 한다. 하지만 쌀소비가 줄어 우리 농업인들이 가뜩이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일부 학자들이 경제논리에만 치우쳐 쌀농사를 너무 헐값으로 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