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회사의 아이디어 공모에 응모했다 떨어진 다소(송혜교)는 자신의 기획안이 상품화되자 회사로 찾아간다. "비슷하긴 한데 당신 거라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는 담당자에게 다소는 "전에도 그런 적이 있어 이번엔 내용증명을 해놨다"고 말한다. 회사측은 임시직으로 채용한다는 조건을 제시, 항의를 무마시킨다(SBSTV 수호천사)' 드라마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국내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의식은 희박하기 짝이 없다. 특히 아이디어나 내용을 차용하는 데 정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방송드라마나 영화 제작시 말썽이 잦은 것도 그 때문이다. KBS2TV '천둥소리'의 경우 김탁환씨의 소설 '허균,최후의 19일'을 표절했다는 시비가 일었고, 최근엔 MBCTV의 '키쓰'가 이영란씨의 만화 '오버센스'를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처럼 저작권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엔 소설가 복거일씨가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제작사를 상대로 '비명(碑銘)을 찾아서'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고 한다. 영화는 1909년 만주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에 실패한다는 가정을 비롯 누가 봐도 '비명을 찾아서'를 기본틀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영화 끝에는 '원안: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라는 자막도 뜬다. 그런데도 작가는 상황 설정을 빌리겠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끝까지 시나리오 한번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싶다는 주장이다. 흔히 표절이라고 하면 문학작품,학술논문 등 같은 장르만 문제 삼지만 요즘같은 콘텐츠시대엔 다른 장르 사이의 아이디어 베끼기나 표절이 더 큰 문제다.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게임이든 원작이 튼튼해야 다양한 콘텐츠를 창출해낼 수 있다. 여기저기서 베껴다 엮곤 '참고만 했다'는 식으로 만드는 콘텐츠의 수명은 결코 길 수 없다. 창작품을 보호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나마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보다 확고해졌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