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경 < 인제대 교수,메디칼데포 대표 skpaik@ijnc.inje.ac.kr > 요즘 텔레비전 드라마 상도(商道)와 여인천하(女人天下)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매주 월·화요일 밤이면 집집마다 남편은 거실에서 상도에 빠져들고,아내는 안방에서 여인천하에 넋을 잃는다. 나 또한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 상도도 재미있고,여인천하의 전개도 궁금해 하나는 녹화해 보곤 한다. 상도의 기본은 '신뢰'다. 기업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투명한 경영이 우선 되어야 한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초등학교 친구 두 사람과 창업을 하게 됐다. 아이템은 중고의료기를 인터넷으로 중개하는 사업.중고의료기 매매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정확한 정보,애프터서비스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투명한 거래를 유도하자는 것이 우리의 취지다. 40대 아줌마 세 명이 갑자기 무슨 중고의료기 사업이냐고 하겠지만 우리는 나름대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우선 의료기는 우리 셋이 모두 익숙한 분야다. 한 친구는 의사이고,한 친구는 의료기 회사 임원으로 그 분야에만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다. 나는 병원경영학을 전공한 교수다. 그러나 그보다도 우리가 더 자신있었던 점은 투명성과 신뢰성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체적으로 신뢰성과 투명성이 부족하고,특히 '중고'라 이름 붙은 분야는 더욱 그런 경향이 있다. 한번은 지방에서 여러 개의 병원을 경영하는 이사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새로운 병원을 오픈하는데 믿을만한 중고의료기 업체를 찾고 있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자분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하세요? 근데 여성들이 하시니까 믿음이 가는데요" 직접 의료기를 구하러 외국까지 가겠다던 그 이사장은 우리를 믿고 개원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계들을 구해달라고 맡겼다. 얼마 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제프리 존스 회장의 강연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한국은 투명성과 신뢰성,이 두 가지만 갖추면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두려운 나라가 될 것이라고.남성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여성은 아직 새내기다. 그런데 바로 이 점 때문에 여성 기업이 신선하고 의욕적일 수 있다. 남성들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는 그렇지 않은가. 세월이 흐르면 처음의 의욕과 패기는 사라지고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한다'는 미명하에 현실과 타협하고 대충대충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상도가 바로 서 있는 여인천하가 우리 사회에 새바람을 일으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