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달린 뚜껑을 열고 빨래를 넣는 일반 세탁기와 달리 전면(全面)에서 세탁물을 넣고 꺼내는 드럼세탁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소득 증가와 빌트인(Built in:붙박이)가전 '붐'이 맞물린 결과다. 업계는 드럼세탁기 시장이 2000년 2만대,지난해 4만대에서 올해는 8만~10만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에게(AEG) 밀레(Miele) 월풀(Whirlpool) 지멘스(Siemens) 등 외제가 주름잡고 있던 이 시장에 삼성 LG전자 등이 잇달아 도전장을 내 제품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흔히 '유럽형 세탁기'로 불리는 드럼세탁기는 세탁물을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리면 낙차에 의해 때가 제거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제품. 삶는 기능은 물론 건조까지 가능하다. 세탁전용과 세탁 건조 일체형 두 가지가 있다. 가격이 일반세탁기의 두 배에 달하고 세탁시간(건조 포함)도 두 배로 긴게 흠이지만 세제와 물 사용량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국산이냐 외제냐=국산 제품은 일단 가격과 용량에서 외제보다 유리하다. 외제의 세탁 용량이 대부분 5㎏인 데 비해 국내 가전업체들은 세탁물을 몰아서 빠는 한국식 생활 패턴을 고려,최대 7.5㎏짜리 대용량 제품을 내놓았다. 최근 '트롬(Tromm)' 브랜드의 5개 모델을 선보인 LG전자 기현신 상품기획실 대리는 "외제보다 용량(6.5~7.5㎏)은 크면서도 가격은 3분의 2 수준"이라며 "건조 겸용이 드문 외제와 달리 세탁전용 2개 모델과 일체형 3개 모델로 제품을 다양화해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세탁 건조 일체형인 WD965-RD,WD-960RD,WD-950RD 등 3개 모델의 가격을 99만∼1백19만원대로 잡았다. 삼성전자도 일본 도시바사와 손잡고 개발한 '한국형 드럼세탁기' 2개 모델을 지난해 말 선보였다. 주력 제품인 SEW-910DR는 작은 이불 빨래까지 가능한 7.5㎏ 대용량이며 가격은 1백59만원선으로 외제보다 약간 싼 편. 삼성전자는 "소음을 39db로 기존 제품보다 30% 이상 줄여 심야에도 세탁이 가능한 데다 세탁 및 건조 시간도 50분 이상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진출로 그동안 국내 드럼세탁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했던 외국사들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판매 동향 및 전망=백화점 매장에서는 아직까지 외제가 국산에 비해 2.5~3배 정도 더 팔린다. 국산이 선을 보인지 얼마 되지 않는 데다 가격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부유층들은 여전히 외국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지난달 아에게 밀레 등 외국 드럼세탁기의 매출이 5억원대에 근접한 반면 국산은 1억2천만원대에 그쳤다. 하지만 본격적인 성수기인 봄철이 되면 국산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백화점 가전담당 임재진 바이어는 "국내 가전업체들이 예상보다 일찍 외제 추격에 나서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있는 만큼 국산의 시장 점유율은 3,4월께 30%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지펠(Zipel)''디오스(Dios)'란 브랜드로 양문형 냉장고시장에서 외제를 제압했던 것과 같은 현상이 드럼세탁기 시장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