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원래 경제뉴스가 많은 나라입니다만 작년 한해는 정치뉴스에 파묻혔습니다. 1등 공신은 아무래도 다나카 마키코 외상을 꼽아야겠지만 말입니다…" AP통신 소속으로 도쿄 외국특파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아비코 가즈오씨. 그는 28일 저녁 경제산업성 주최로 열린 신년교례회에서 주일 외교사절들과 외국언론인들에게 이같은 조크를 한마디 던졌다. 다나카씨가 외상을 맡은 지난해 4월 이후 따끈따끈한 뉴스가 하루도 끊일 날이 없었다는 것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그로부터 하루 뒤인 29일 밤.다나카 외상은 또 한번 일본발 핫뉴스의 복판에 섰다. 대다수 TV와 라디오는 정규 방송을 멈추고 외상 경질 소식을 긴급뉴스로 내보냈다. 아비코 회장의 지적대로 일본 관가와 정치권에서 작년 4월 이후 최고의 키워드는 단연 ''다나카''였다. 관료사회의 룰과 관행에 맞서 거침없이 자신의 소신을 밀고 나간 그의 스타일은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렸다. 공부를 안해 자질이 부족하다거나,안하무인이고 부하들을 감쌀 줄 모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지만 개혁의지 만큼은 일본 유권자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외무성은 비리와 부패의 복마전''이라는 그의 독설에 관료들은 거세게 반발했지만,잇달아 터져 나온 대형 금전사고에 관료들은 말문을 닫아야 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경질이 비정부기구 대표의 아프간 재건 지원회의 참석거부를 둘러싼 외무성내의 불화와 소동이 빌미가 됐지만,고이즈미 정권 개혁행보의 대전환점으로 보는 눈치다. 이와 함께 외상 경질이 고이즈미 정권을 중대 기로에 세웠다며 도박이 시작됐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젊은층과 여성 유권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이끌어낸 다나카씨를 떨쳐냄으로써 정치적 맹우를 팽개쳤다는 비난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는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정권출범 후 ''성역없는 개혁''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워 왔다. 이제 그는 ''소란스런 개혁''보다 정국안정이라는 ''소리없는 실리''를 택했다. 그의 계산이 어느 정도 들어맞을지 두고 볼 일이지만,일본 국회는 외상 경질을 둘러싼 질의 답변으로 30일도 소란스러웠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