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52). 윌프레드 호리에 전 행장에 이은 국내 은행가의 ''2호 외국인 은행장''이다. 부임한지 갓 석달이 지났지만 선굵은 리더십으로 조직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호리에 전임 행장과 달리 제일은행 대주주회사인 뉴브리지캐피털에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다. 코헨 행장은 그래서인지 제일은행의 향후 진로에 대해 자신감이 담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산 40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은행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와도 합병논의를 할 수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제일은행을 매도하지 말라" 등등…. 그는 지난 1948년 튀니지에서 출생했다. 국적은 프랑스다. 성장기의 대부분도 프랑스에서 지냈다. 그의 영어 발음은 그래서 프랑스식이다. 우아한 듯하면서도 웅얼거리는 듯한. 그는 대학에서 과학을, 이후 재정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때는 파리의 유명 대학원에서 경제학과 재정학을 가르친 경력도 있다. 물론 주요 활동영역은 금융. 그는 크레디 리요네에 근무하면서 프랑스와 벨기에및 미국의 금융계에서 25년동안 일을 했다. 트레이딩 및 기업, 소매 금융 담당 고위직을 두루 역임했다. 지난 89년부터 97년까지는 크레디 리요네사의 북미및 중남미지역 최고경영자를 맡기도 했다. 그는 이 기간중 은행자산을 4배 증가한 5백억달러, 순수익은 10배 많은 2억1천만달러로 성장시켰다고 회고한다. 이처럼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이지만 한국은 아직 생소한 ''전쟁터''다. 지난해 3월부터 제일은행의 사외이사로 관여를 하기 했지만 경영일선에 나선지는 고작 3개월 남짓. 그럼에도 그는 자신에 찬 모습이다. 그는 경영자의 최고 덕목으로 투명성을 친다. 그에게 있어 투명성은 단순히 경영자 개인에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회사라는 조직 속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 코헨 행장은 "경영자는 모든 직원들과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야 한다"며 "의사결정을 급하게 내리는 것보다는 1∼2주를 기다리더라도 모든 사람들과 의견교환을 하고 공감대가 형성된 다음에 결정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번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그것은 최종적인 것이고 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폭넓은 의사수렴 과정과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그리고 신속하고도 강력한 집행능력이 최고경영자의 덕목이라는 얘기다. 그는 이같은 의사결정의 예로 과거 크레디 리요네은행 파리지점장 시절을 들고 있다. 그는 "당시 한 지점에서 소매금융도 하고 기업금융 등 다양한 업무를 했다. 그런데 경영진으로부터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을 분리하라는 방침이 떨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조직의 지침에 따라야 했지만 불쾌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하지만 경영진이 된 지금은 내가 조직원들이 불쾌하게 여길 지침을 내리는 입장이 됐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실제로 그는 제일은행의 지점을 소매와 기업금융점포로 나누고 전화상담 대출채권처리 등 후선업무를 집중화하는 센터를 서울에 이어 부산에도 설립했다. 자신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행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업무영역이 줄어든 만큼 권한도 적어지게 된 행원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헨 행장은 그럼에도 "선진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영업점 시스템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제일은행뿐 아니라 국민 서울은행 등도 이같은 지점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경영자로서 필요한 판단력과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코헨 행장은 ''제일은행(first bank)''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은행의 규모를 재건하겠다는 의욕을 감추지 않는다. 현재 직원수 5천5백여명인 제일은행의 자산은 27조원. 코헨 행장의 목표는 자산 규모를 40조원대로 늘리는 것甄? 40조원이라는 목표에 대해 그는 ''자산과 인력''간 균형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그는 "현재 자산 규모로 인원수를 맞추느냐, 아니면 인원수를 그대로 두고 그 인원수에 맞추어서 자산을 40조원으로 늘리느냐가 문제"라며 "인력수에 걸맞게 자산을 늘리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한국사회의 여론층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제일은행에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한 것은 한국 정부인데 공적자금 관리를 잘못했다는 지적을 할 때마다 제일은행을 지목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그는 "은행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적극적으로 막겠다"고 강조했다. 코헨 행장은 이처럼 제일은행장으로서 강한 자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고의 은행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당찬 자신감도 내비친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도 제일은행 비서실 등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고 이에 대해 내부에서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는 안팎의 지적에 대해 행장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임원을 중심으로 하는 분파 문제와 합병및 고용문제를 둘러싼 노조와의 관계 개선 등이 모두 그의 몫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경영성과를 높여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느냐의 문제도 그의 몫이다. 한국 사회가 그의 경영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 ----------------------------------------------------------------- < 약력 > 1948년 튀니지에서 출생 72년 에콜 폴리테크닉 이공대학(프랑스) 졸업 77년 파리 도핀대 재정학 박사 88년 크레디 리요네 아메리카 CEO 97년 리퍼블릭 뉴욕및 리퍼블릭 내셔널 뱅크 오브 뉴욕 부회장 99년 조라넬 LLC 대표 이사 2000년 제일은행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