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hyun@nonghyup.com 해가 바뀌거나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때는 누구나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결심도 다지게 되는데 이러한 마음가짐을 우리는 초심(初心)이라고 한다. 초심은 개인이 조직이나 일을 향해 가질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인 마음의 표현이 아닌가 싶다. 몇 년 전 IMF관리체제를 겪으면서 언론매체에 가장 많이 등장한 용어 중 하나가 초심이었던 이유도 초심은 그 자체가 열정이고 무한한 잠재력이며 개인과 조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초심을 끝까지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디지털사회가 도래하면서 조직은 개인에게 좀 더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요구로 인해 개인의 초심은 점차 초심(秒心)화하고 있다. 세상에 불변의 진리란 없듯이 초심 또한 변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반드시 변해야 하는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주변환경을 핑계삼아 자의적으로 변화시키는 카멜레온적 초심은 경계해야 마땅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농협이라는 직장에 몸담은 지 30여년,내게도 많은 초심이 있었다. 처음 입사해서의 초심은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하자는 것이었고,농협 금융사업을 책임지게 됐을 때의 초심은 세계 일류 협동조합은행을 구현하는 데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이러한 초심들을 얼마나 잘 지켜왔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기는 어려운 일이나 스스로 생각해 보건대 다행히 지금까지는 주변의 도움으로 큰 과오없이 지켜왔던 것 같다. 초심은 마음먹기보다 지켜가기가 더욱 어렵다.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가족이든 친구이든 직장 동료이든 초심을 잃고 살아갈 때 "너의 초심은 이것이 아니냐"고 지적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초심을 지켜가기가 보다 쉬울 것이다. 새로운 다짐과 설계 속에 시작한 2002년의 첫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늘 초심을 점검하며 목표를 향해 착실히 전진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이미 초심이 흐려진 사람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1월을 보내면서 자신의 초심을 돌이켜볼 일이다. 그리고 혹 그 초심이 흐려졌다면 다시 자신을 곧추세워 초심으로 돌아갈 일이다. 2002년은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