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매각협상 테이블에 나선 채권단 내부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마이크론이 제시한 매각대금을 헐값이라고 반대하면서도 채권단은 통일된 대응전략을 만들지 못하는 등 ''적전분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지난 21일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이 4차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출발했을 당시 채권단을 대표해 동행키로 했던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의 출국 일정이 이틀이나 늦춰졌던 것이 단적인 예다. 채권기관들간 통일된 수정협상안 마련에 차질이 빚어졌던 탓이다. 협상단에 구조조정특별위원회 멤버가 아닌 드로스트 외환은행 부행장이 참여한 것도 채권단 내부의 갈등양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드로스트 외은 부행장은 여신심사를 결정하는 권한을 쥐고 있다. 그동안 ''헐값매각'' 반대를 분명히 해온 외환은행을 설득하기 위해 협상단에 갑작스럽게 동참시켰다는 분석이다. 실제 협상에 참여해서 마이크론측의 제안을 들어보고 서로 타협점을 찾자는 현실적인 방안이긴 하지만, 그만큼 사전 의사조율을 못한 채권단 내부의 난맥상만 보여주는 꼴이다. 채권 비중이 큰 산업은행이 ''관치금융''에 대한 국내외의 의혹을 우려해 구조조정특별위원회 등 협상단에서 빠진 것도 이같은 문제를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일부 인사는 반도체가격 상승 전망을 이유로 협상을 서둘지 말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다른 쪽은 조속한 협상타결을 요구하고 있다"며 "4차 협상에서 타결안이 나오더라도 채권단 내부 동의가 더 큰 과제"라고 언급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