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는 에두아르도 두알데 대통령에게 골치 아픈 문제를 안겨주었다. 페소화를 1대1로 달러화에 고정시킨 태환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가 그것이다. 10년이상 운용돼온 이 태환제는 신뢰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는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7백억달러의 예금을 보장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만일에 있을지 모를 금융공황에 취약한 것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해 12월초 예금인출을 제한했고 이에따라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소요사태가 확산됐다. 결국은 태환제도가 수정됐다. 두알데 정부는 태환제도를 뜯어 고치면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두 갈래 있었다. 하나는 페소화의 평가절하와 변동환율제로 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달러라이제이션(달러를 공식화폐로 채택)이다. 두알데 정부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예상하는 대로 페소화를 40% 가량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나는 아르헨티나가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본다. 페소화를 달러화에 고정시킨 아르헨티나 태환제도의 신뢰도는 인접국인 브라질이 1999년 2월 자국의 통화를 평가절하하면서 크게 추락했다. 제조업체들이 문을 닫고 브라질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아르헨티나 경제는 침체국면으로 빠져들었다. 페르난도 데 라 루아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태환제도의 수정을 거부했고 경제침체는 가속화됐다. 달러화에 자국 통화의 가치를 고정시킨 태환제도를 포기함으로써 경제성장에 도움을 얻은 사례는 여럿 있다. 94년 멕시코,98년 러시아,99년 브라질에서 성공사례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알데 정부는 출범 직후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줬다. 하나는 평가절하에 따른 충격과 긴축정책을 수용할 것을 주문했다. 책임감 있는 행동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대중의 인기에 매달리는 과거의 페로니즘을 부활시켰다. 이중환율제와 가격통제 등 두알데 정부의 단기처방이 사회안정을 유지하고 물가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였는지 또는 임기응변식 결정과 부패로의 회귀를 의미하는지를 아직 판단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나는 최악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페로니즘은 불신과 사회적 불안정을 막는데는 역부족이다. 달러라이제이션을 새로운 태환제로 채택하면 전혀 상반된 효과를 거둘 게 뻔하다. 우선 미국은 아르헨티나에 10억달러 가량의 달러화를 액면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무이자 대출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달러라이제이션이 아르헨티나 정부가 1백년이 넘도록 달성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통화가치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계속 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르헨티나 경제의 역사적인 돌파구로 기록될 수 있다. 달러라이제이션은 특히 소요사태를 촉발시킨 예금인출 제한조치의 해제시기를 앞당기고 금융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시키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시민들이 지난해 은행에 지급청구한 예금의 대부분은 평가절하를 우려한 페소화 예금이었다. 페소화의 평가절하는 적절한 정책이 수반된다면 제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산권을 침해하고 혼란을 가중시켜 사회적 불안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 ◇이 글은 제프리 삭스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Duhalde''s wrong turn''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