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을 앞두고 있는 금융권에 관치인사가 연례행사처럼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외환위기를 촉발시킨 주범으로까지 지목돼 온 ''관치금융''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관치인사''를 방치하는 것은 우리 경제를 또다시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화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환란과 함께 시작한 현정부로서는 금융개혁을 유난히 강조할 수밖에 없었고 그결과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관치인사는 전혀 시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오히려 공적자금 투입으로 대부분의 금융회사를 장악한 정부가 관치인사를 드러내놓고 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와는 달리 국책은행장은 물론이고 일부 우량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장까지 ''정부출신 인물''로 메워지기가 일쑤였다. 여기에다 은행 보험 증권사에는 금감원 등의 퇴직간부가 감사나 이사로 무더기로 내려가 웬만한 금융회사치고 낙하산 임원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돼 있다. 이는 지난 2000년부터 2001년 5월 사이에 퇴직한 1급 이상 금감원 간부 27명중(원장,전직교수,사망 및 휴직자 10명 제외) 66%인 18명이 금융회사 임원으로 자리를 잡은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현 정부의 임기말을 맞은 금년들어 자리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관치인사가 기승을 부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모 은행장에 금감원 고위간부가 내정됐다는 소식에 노조가 반발하는 등 각종 인사설로 뒤숭숭하기만 하다. 물론 정부나 감독당국 출신을 모두 관치라고 몰아붙이는데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무자격자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관치인사는 더이상 곤란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마저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리수요나 인사적체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관치인사'' 유혹을 뿌리치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치인사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금융회사에 뚜렷한 경영주체를 형성시켜 인사에 개입할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국회에 제출돼 있는 은행법 개정안은 소유권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돼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사금고화 방지를 구실로 관치금융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로 밖에 볼 수 없다. 개정안은 뚜렷한 경영주체의 등장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어 관치인사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