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다단계 판매 시장은 2000년 2조원을 돌파한 뒤 매년 1조원씩 증가해 지난해 3조원에 달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올해는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90년대 말까지 1조원 안팎을 오르내리던 다단계판매 시장은 IMF체제를 겪은 뒤 본격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한국경제가 저성장 고실업 시대로 들어선 시기와 일치한다. 방문판매 시장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화장품 방문판매는 주력 부대의 연령이 40대에서 30대로 낮아졌다. 주부뿐만 아니라 20대 미혼여성까지 대거 뛰어드는 추세다. 90년대 중반 거의 소멸된 것처럼 보였던 방판시장은 지난해 1조원 시장으로 커졌다. 종사자만도 10만명을 넘어섰다는 게 화장품 업계의 분석이다. 다단계·방문판매를 학계에선 인적판매라고 통칭한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얼굴을 맞대고 상품을 주고 받는 방식이란 뜻이다. 인적판매는 그동안 백화점과 같은 화려한 점포 판매의 그늘에 가려져 왔다. 그러나 인적판매는 나라 경제에 점포판매 못지 않은 기여를 한다. 우선 고실업 시대에 잠재력을 검증받을 기회조차 박탈당한 청년실업자나 주부 등에게 사업기회를 주고 있다. 판로가 없어 쩔쩔매는 중소기업에는 훌륭한 판매경로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한국암웨이는 40여개의 중소기업과 제휴,1백40가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적판매는 여전히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영세 업체가 난립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판매방식으로 소비자를 호도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개중엔 부동산시장의 ''떴다방''처럼 한탕하고 사라지는 업체도 없지 않다. 옥석을 가리는 일이 관건이란 얘기다. 올해도 퇴직자들의 행렬은 줄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의 부침에 관계없이 구조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밑천으로 영업하는 인적 판매회사들도 대형 백화점이나 할인점 못지않는 스타급 유통업체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