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에서 반미시위가 발생한다. 미해병대 대령 칠더스가 출동해 가까스로 대사관 가족을 구출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위대에 발포, 민간인 사상자를 낸다. 사건이 외교문제로 비화되자 보안당국은 칠더스를 기소한다. 교전수칙을 어겼다는 검사에게 칠더스는 외친다. ''눈 앞에서 부하들이 죽어가는데 교전수칙은 무슨 얼어죽을!''" 영화 ''교전수칙(Rules of Engagement)''에서 문제된 조항은 미군의 교전수칙 32조다.''민간인에게 발포해선 안된다. 부득이한 때라도 먼저 대피령을 내리고 경고사격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교전수칙''이란 이처럼 내전을 포함한 모든 전쟁에 임하는 태도 방법 명령체계 등을 정한 규정이다. 물론 수칙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미군은 9·11테러 이후 사태가 급박하면 민항기라도 방공부대 지휘관이 격추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수칙을 바꿨고, 얼마 전엔 아프가니스탄 특수부대가 정찰중 알 카에다를 발견해도 일단 사령부에 보고하고 사격승인을 받도록 했던 교전수칙을 변경, 즉시 공격해도 되도록 했다. 이스라엘군 또한 얼마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 공격이나 위협을 받을 때만 발포하게 했던 교전수칙을 고쳐 사복차림이라도 무장한 사람에겐 사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주한 유엔군사령부도 지난해 8월 북한 민간선박이 우리 영해를 침범하면 일단 정선과 퇴거를 명령하고 불응하면 경고방송 경고사격 조타실사격 순으로 대응하도록 교전수칙을 개정했다. 일본 방위청이 76년 만든 ''방위계획 대강''을 바꿔 사실상의 교전수칙을 작성중이라고 한다. 전수(專守)방위를 원칙으로 한 자위대 특성상 일본의 유사상태를 상정한 포괄적 ''부대 행동기준''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 내용면에선 자위대의 무기사용 조건및 응전요령을 담은 교전수칙이라는 것이다. 별 일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9·11사태 이후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을 만든데 이어 자위대법을 개정, 군대및 전쟁 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의 틀을 깼다. 남의 나라 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주의 깊게 지켜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