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은행 본점 영업부의 박지영씨(30)는 요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 텔러(창구 근무자)로 일하는 그가 직접 맞이하는 고객이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요즘 그가 맡는 고객은 하루에 대략 1백50명. 1년 전만 해도 2백명 이상이 넘었던 것에 비하면 일하기가 훨씬 수월해진 셈이다. 영업시간 이후에 처리하는 마감업무도 예전 같으면 1시간 이상 걸렸지만 요샌 30분이면 해결된다. 창구 거래보다 현금지급기(CD)나 인터넷뱅킹으로 거래하는 고객이 늘어난 덕분이다. 박씨는 "입.출금이나 공과금 납부 같은 단순 업무로 창구를 찾는 손님들이 부쩍 줄어들었다"며 "처음 텔러로 일했던 5년 전보다 훨씬 더 여유를 갖고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어디에 돈을 맡겨야할지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상품을 소개해 주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한미은행은 최근 1년 사이 전체 거래에서 창구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이 32%에서 23%로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창구거래 건수도 같은 기간 동안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대신 인터넷뱅킹 비율은 5%대에서 12%로 급증했고 폰뱅킹 비율도 29%에서 33%로 늘어났다. 국민 한빛 등 대부분의 다른 은행들도 최근 1년 만에 창구거래 비율이 20%대로 떨어진 반면 자동화기기 거래비율은 70∼80%대로 올라섰다. 자동화 거래가 늘어나면서 은행 텔러들의 업무 형태가 변하고 있다. 단순 업무를 벗어나 은행을 찾는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하는 1차적인 프라이빗뱅킹(PB) 업무까지 맡고 있는 것. 은행을 찾는 고객을 처음 맞이하는 텔러가 1차적인 상담을 맡고 필요한 경우 VIP센터나 전문 상담직원에게 손님을 안내하는 역할이 중요 업무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은 텔러들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한미은행은 매주 한 차례씩 창구 직원들에게 금융상품에 관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신상품이 나오면 영업시간 전에 회의를 소집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창구거래가 줄어들면서 텔러들도 풍부한 금융상품 지식을 갖춰야 하는 등 은행 내에서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은행들이 텔러의 자질을 높이기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