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카페가 성업이다. 사주카페는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과 강남역 일대,신촌 등지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고 있다. 압구정동에는 벌써 30여개가 들어서 사주카페촌이 형성될 정도다. 세련된 인테리어에 컴퓨터가 비치된 이곳에서 사주를 신청하면 소위 상담도사가 나와 운명을 점쳐준다. 역술사이트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1천개가 넘었다고 한다. 고객은 대부분이 20대로,요즘은 대학 졸업을 앞둔 진로문제가 주된 관심이며 이성문제도 이에 못지 않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다소간의 위안을 얻어 보자는 심산일게다. 여기에는 운명에 대한 호기심도 작용하고 있다. 또 점(占)집이나 철학관이 몇만원의 복채를 받는 것에 비해 값이 1만원이하로 저렴한 것도 사주카페가 인기를 끄는 한 요인으로 보인다. 사주(四柱)는 사람이 태어난 연(年)월(月)일(日)시(時)의 네 기둥에 간지(干支)로 8자(八字)를 형성한다. 갑자년 무진월 임신일 갑인시하는 식이다. 그래서 사주팔자라는 말을 쓰며,이를 토대로 사람의 운명을 예지하는 것이다. 사주팔자는 우리 인간의 생애를 과거 현재 미래 영겁으로 이어지는 흐름 가운데의 일점(一點)으로 보기 때문에 관심을 끌만하긴 하다. 오늘날의 사주는 중국 전국시대 인물인 낙녹자 귀곡자에서 시작돼 한나라 당나라를 거쳐 송나라 때 서자평이 완성했다는 것이 역술인들의 견해다. 서양에서도 별을 보며 운세를 점치는 별자리점(horoscope)이 수백년 내려오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이 별자리점을 보며 생활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과거 우리 어른들은 정초가 되면 아들 손자들을 모아놓고 토정비결을 보며 운세를 얘기해 주곤 했다. 한해를 살며 조심해야 할 일과 덕담을 하는 방편으로 토정비결을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사주카페를 찾는 요즘 젊은이들이 불확실성의 미래와 가치관에 대한 확신을 잃은 채 사주팔자에만 의존하려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