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유럽연합(EU)시대가 개막됐다. 새해 시작과 함께 프랑스 독일 등 유럽 12개국은 유로(EURO)라는 동일한 화폐를 사용하는 ''단일 경제국가''로 다시 태어났다. 경제에 관한 한 정치·사회·문화·지리적 국경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케 한 유럽의 화폐 통합은 지역내 경제지도는 물론 세계경제 판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유럽대륙 전체가 자발적인 경제통합의 길로 들어서면서 오랜 기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럽경제가 새롭게 도약하는 활력소를 갖게 됐다. 유로화 공식 통용을 계기로 유로지역 시장이 빠르게 동질화되면서 시장내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촉진될 게 분명하고,이는 경제 발전의 주춧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미국의 달러통화권에 필적하는 거대한 유로통화권을 형성할 수 있게 됨으로써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경제질서도 양극체제로 개편되고 있다. 유로화는 당장 일본 엔화에 비해 그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있어 3대 기축통화로 부상하고 있다. 유럽대륙이 미주대륙에 버금가는 세계경제의 또다른 헤드쿼터(사령탑·Headquarters)로 등장할 조짐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세계 경제의 아웃사이더(Outsider)였을 뿐만 아니라 유럽내에서도 변방으로 치부됐던 헝가리를 비롯한 중·동부 유럽 국가들 역시 EU 가입과 유로경제권 편입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전체 유럽대륙이 이르면 2004년 무렵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유럽의 대변신은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발빠른 변신이 그렇듯,한국을 비롯한 역외 국가에 위협이면서 기회가 되고 있다. 유럽의 변화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느냐,방관자적 입장에서 지켜보느냐에 따라 한국경제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미국에 필적할 ''슈퍼 파워''로 중국에 한발 앞서 등장하는 유럽에 대한 공략없이는 21세기 선진국 도약은 어렵다. 유럽대륙은 지금의 경제 및 무역 규모만으로도 이미 전세계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시장 구매력 및 기술력수준의 균일성 등을 종합 고려한 성장잠재력은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를 능가한다. 그럼에도 개방형 통상국가를 지향하는 한국의 대(對)유럽 교역은 여전히 전체 교역의 14.2%(지난해 기준으로 수출 15.9%,수입 13.3%)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헝가리 등 중·동부 유럽국과의 교역은 1.5%에 머물러 있고,노르웨이 등 북구 지역과의 교역 비중도 이와 비슷하다. 유럽국가의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는 네덜란드 독일 등 몇몇 국가들을 제외하면 여전히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산업 및 무역분야 주무장관으로서 영국과 노르웨이 헝가리를 국빈 순방한 김대중 대통령을 수행해 유럽 각지를 돌아본 일은 ''급부상하는 중국 못지 않게 예의 주시해야 할 대상이 바로 유럽 대륙''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계기였다. 아울러 이번 정상외교가 그동안 서유럽에 치중했던 유럽과의 협력관계를 북구와 중·동구를 아우르는 범유럽 경제협력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됐다고 믿는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유럽 경제협력 관계를 보다 다각적이고 심도있게 발전시키면서 실질적인 협력의 성과를 얻는 것이 필요하고,이는 고스란히 정부와 기업의 몫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향후 EU 통합이 보다 확대되고 심화되면서 나타나게 될 유럽지역의 시장 변화와 국가별 상품 인지도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맞춤형 시장 진출전략을 마련,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부터 유럽 주요 도시에서 ''세계 일류상품 전시회''를 개최토록 함으로써 중·동구권에 조성되기 시작한 ''한국 붐''을 전유럽으로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가속화되는 유럽 경제통합에 대응해 한·유럽간 투자 및 기술 교류,자원개발 협력을 한층 확대하고 대유럽 수출을 더욱 늘려가는 일은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다.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