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이 급한 상황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 3차 협상의 특징을 이 한마디로 요약했다. 이런 분석은 최근 D램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하이닉스 독자생존론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하이닉스가 서두를 필요가 없어진 반면 D램 양산체계가미흡한 마이크론으로서는 이번 제휴협상을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자산가치를 둘러싼 양사의 입장차이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3차협상은 치열한 `기싸움''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이 대체적인견해이다. ◆3차협상의 쟁점 일단 협상 방식이 1차적 관건이다. 하이닉스 구조특위는 이와관련, 마이크론측이 하이닉스 반도체 전체부문의 통합과 D램부분만의 통합 등 두가지 제안을 해왔다고 밝힌 바있다. 하이닉스 내부의 동향이나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의 분석을 토대로 볼때 양사의협상은 D램 부문만의 통합 방향으로 정리될 것같다. 다시말해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D램부문을 인수하고, 비D램 부문에는 지분참여를 하는 방식이다. D램부문만의 인수로 가닥이 잡힐 경우 가장 큰 현안은 당연히 밸류에이션(Valuation.가치평가)이 될 것이다. D램 인수대금으로 얼마를 내놓을지가 현안이다. 양사는 각각의 재정자문기관인 살로먼스미스바니와 골드만삭스를 통해 하이닉스실사를 마쳤으며 이를 토대로 자산가치를 산정하고 있다. 한때 45억달러 전후(약7조원 내외)에서 D램부문을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적이 있지만 이는 최근 D램가격 급등이나 하이닉스의 미래가치를 저평가한 것이라는지적이 나온이후 설득력이 약해졌다. 지난해 아더앤더슨이 산정한 하이닉스의 계속가치는 8조3천억원이었다. 이는 전체분야를 총괄한 것이지만 하이닉스 회사자산과 영업력이 대부분 D램사업에 속해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D램부문의 가치는 전체 계속가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보인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이후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점을 생각하면 최근 가치는 더욱 상승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세계 D램시장의 3위 업체로 시장의 17.1%(2000년 기준)을 장악하고 있는 영업권도 무시할 수없는 가치라고 하이닉스와 채권단은 주장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정상적이라면 하이닉스 D램 가치는 1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특위 관계자들도 D램 부문이 생산설비만 6조원 규모인데다 영업권과 지적재산권 등 무형가치까지 포함할 경우 대략 100억 달러(1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 매출이 18억 달러에 달하는 하이닉스의 D램 부문은 전체 13개의 반도체 팹(FAB) 가운데 5∼6개에 달하며 이중에는 최첨단 0.13㎛ 공정 1개, 0.15㎛ 4개가 포함돼있다. 하지만 마이크론측은 매우 보수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론이 일본 도시바의 버지니아 D램공장을 4억달러에 인수키로 한 것을 볼때 13개의 팹의 가치는 50억달러를 약간 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결국 양사는 가격산정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여야 할 것같다. 한편 D램 분리매각으로 협상이 가닥이 잡히고, 매각대금에 대한 의견이 접근될경우 마이크론은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매각대금에 해당하는 자사의 지분을 채권단측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또 비D램 부문은 마이크론이 19.9%의 지분을 참여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분 참여 방식을 놓고 채권단은 현물(마이크론 주식), 하이닉스는 현금투자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함께 D램을 떼주고 난 뒤의 하이닉스 부채에 대한 처리도 현안이 될 것이다. 한 소식통은 "매각대금으로 받는 마이크론 주식을 채권단에 넘기되 현재 주식가치보다 낮게 평가하는 방식으로 부채탕감 효과를 노릴 수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측도 협상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부채탕감 문제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양해각서(MOU)는 이달내 가능할 듯 이번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양사는 이달내 MOU를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협상여건을 볼때 마이크론이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면서"일단 이달내 MOU체결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도 "양사간 의견조율이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사는 일단 MOU를 체결한 뒤 본계약 체결을 위한 실무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나 현대투신 매각협상에서처럼 본계약 협상은 또다시 상당한 시일이 걸릴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분야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1분기까지 협상이 진행될 것을 내다봤다. ◆ 협상 전망 3차협상이 향후 양사간 제휴협상의 성사여부를 가늠한다는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된다. 또 반도체 가격 급등흐름이 하이닉스에 보다 유리한 국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데도 별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양사간 `가치산정''을 둘러싼 이견을 조율하는 작업이 워낙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이번 협상은 팽팽한 줄다리기의 연속이 될 것이며, 우여곡절끝에 MOU가 체결되더라도 본계약 협상이라는 또다른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누리증권의 장동식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 문제는 돈"이라면서 양측 입장이팽팽하기 때문에 3차협상은 상당한 시일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부 외신에서 하이닉스의 노조가 이번 협상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봤지만 대우차의 경우와 달리 기업생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노조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최근 일각에서 거론하는 독자생존론에 대해 "이는 본말이 전도된 섣부른 생각"이라면서 "D램가격의 상승은 수요의 회복이 아니라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제휴등 공급쪽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하이닉스가 독자생존하겠다고 할 경우 가격은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우동제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최근 D램가 급등으로 향후흑자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급한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쪽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마이크론의 협상카드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협상전망을 하기는 쉽지않은 상황"이라고 신중론을 개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