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1년6개월 유예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지난 연말 한나라당의 분리법안 강행으로 불거졌던 혼란이 일단 수습의 가닥을 잡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게다가 통합의 전제조건인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다면 기간을 얼마로 합의했느냐와는 상관없이 유예를 결정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문제는 통합을 늦췄다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시민단체와 재계가 통합과 분리로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양대 노총간에도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고,심지어 의약업계 종사자들간에도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논쟁만 벌일 일도 아님은 너무도 분명하다.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지를 판단하는 일은 정부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통합유예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자세는 과연 옳았는지 우선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는 통합을 추진하겠다면서도 정치권이 결정하는대로 따르겠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던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통합이 시기상조라는 주장의 핵심요소인 보험료 부담의 불형평성,즉 자영업자들의 낮은 소득파악률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채 통합주장만을 내세움으로써 스스로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약화시키고,혼란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정부는 그같은 자성의 바탕위에서 어떻게 하면 건강보험재정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고,지역 및 직장가입자들의 부담형평을 기할 수 있는지를 면밀히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이에 대한 해법의 실체는 현재 34%에 머물고 있는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파악률을 제고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통합·분리 논쟁은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앞서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지난해 5월 건보재정통합을 전제로 발표한 ''종합대책''을 재점검하는 일이다. 지역건보에 국한시키도록 돼있는 정부지원의 형평성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것이며,여야가 신설키로 합의한 담배부담금의 적절한 배분과 통합을 전제로 제시했던 보험료 인상계획 등은 전면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본다.만에 하나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채 통합계획만 미뤄진다면 지역과 직장가입자,또는 통합과 분리를 주장하는 계층간의 갈등만 부추길 우려가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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