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울만은 19세기말 개의 신장을 떼어내 같은 개의 목에 붙였다. 울만의 연구를 이어받은 프랑스 출신 의사 카렐은 1905년 혈관 봉합기술을 개발, 장기이식의 현실적 기반을 마련했다. 장기이식은 이후 통 진전이 없다가 51년 미국의 데이비드가 신장, 6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버나드가 심장 이식 수술에 성공하면서 본격화됐다. 장기이식 초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식된 장기에 대한 신체의 거부반응이었다. 그러나 면역억제제가 개발되면서 생존율이 높아지기 시작, 현재 국내의 신장이식 환자는 90%, 심장은 76%, 간과 췌장의 경우엔 65% 정도가 수술 후 5년 이상 산다. 문제는 이처럼 수술만 받으면 살 수 있는데도 정작 이식에 필요한 장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장기 밀매문제가 심각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국내만 해도 신장이 필요한 만성신부전 환자 3천명을 포함, 8천3백명 이상이 이식받을 장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2000년 뇌사자 장기이식은 겨우 53건에 그쳤다(국립 장기이식관리센터). 이런 와중에 한국 과학자 3명을 포함한 미국 연구팀이 인체 거부반응 유전자를 없앤 녹아웃(Knock out) 돼지를 만들었다는 소식이다. 실용화되면 각종 장기를 대량생산, 아까운 목숨을 구할 수 있으리라 한다. 환자들에게 희소식인 건 물론 인간배아복제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환영할 만하다. 물론 남은 과제는 적지 않아 보인다. 사고로 동물장기를 이식받은 남자가 아기새에게 지렁이를 씹어 먹이고 곳곳에 오줌을 눠 영역을 표시하는 등 반인반수로 변하는 내용의 영화 ''애니멀''에서 보듯 결과가 어떨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까닭이다.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요소가 하나뿐인지, 이식될 장기에 동물엔 안전하지만 사람에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잠복돼있는 지도 알 수 없다. 불치병 치료와 윤리 중 무엇을 우선시할 것인가는 누구도 섣불리 단정짓기 어렵다. 분명한건 생명을 구하려는 노력 이상으로 첨단의학의 부작용을 줄이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