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투신이 중남미 채권펀드의 투자금 상환를 거절한 미국계 투자은행 JP모건과 벌이고 있는 분쟁은 여러모로 주목할만 하다. 투자금액이 1억달러에 달하는데다 최근 엔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외환시장이 불안해져 환차손 회피수단으로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국내 기업들과 금융기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7월부터는 증권사들의 장외 파생금융상품 취급이 전면 허용될 예정이어서 이번 사건의 파장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번 다툼은 JP모건이 대한투신의 중남미채권 투자펀드 "대한글로벌 공사채2호"의 만기일이 임박한 이달 5일에 아르헨티나가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라는 이유로 투자금 지급거절 의사를 밝혀온데서 비롯됐다. 이때 초점은 약 1달전부터 아르헨티나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자발적 채무재조정"이 면책조항인 지급불능에 해당하느냐 여부다. 경위야 어떻든 법적 판정이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며,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난 98년에도 SK증권이 JP모건의 파생금융상품인 TRS(Total Return Swap)에 투자했다가 태국 바트화 폭락으로 막대한 손해을 보자 치열한 다툼을 벌였는데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생긴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비슷한 분쟁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는데 있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전세계 장외 파생금융상품 거래규모가 99조8천억달러로 3년전에 비해 38.3%나 증가했다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에서 보듯이,환율 주가 금리 등의 급변에 따른 손해를 막기 위해 선물 스왑 옵션 등과 같은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파생금융상품을 활용할 시스템이 미비해 작년 한해에만 국내 상장사들이 입은 환차손이 4조원에 달했고,간혹 거래를 해도 이번 경우처럼 엄청난 투자손실을 보기 일쑤니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준비가 안돼 있기는 관계당국이나 금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의 인가를 벋아 1천7백76억원어치나 판매된 파생금융상품인 워런트(신주인수권)가 현행 증권투자신탁업법상 운용가능한 유가증권이 아닌 것으로 재경부 유권해석이 나오는가 하면,투신사들은 워런트가 외환거래 신고대상인 것도 몰라 결과적으로 외환거래법을 위반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러니 수익원 다변화와 투자은행화 촉진도 좋지만 증권사들의 장외 파생금융상품 취급에 대해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관계당국과 금융기관들은 어느 때보다 철저히 대비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