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우리는 '중국쇼크'를 받았다. WTO 가입,올림픽 유치,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중국 관련 빅뉴스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수가 일본인 다음으로 2등이 되었으며,교역에서도 중국은 제2 무역상대국으로 부상했다. 한국경제가 중국으로 인해 '쇼크사'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쇼크의 실체는 개별기업이나 상품 차원에선 중국상품과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문제가 있고,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문제도 있다. 또 중국으로의 공장이전, 투자, 한류(韓流)활용 등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나 국민경제 차원에서 중국쇼크의 실체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을 한국산업의 장기적 '공동화'라고 본다. 과거 일본은 우리나라에 기계 주요부품 원자재 등 중간재를 제공했다. 그래서 한국이 수출하기 위해서는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액수를 수입해야 하는 대일수입유발형 경제구조가 문제였고,그래서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쇼크의 실체는 '경제종속'이었다. 한편 중국은 우리보다 후발국이지만,한해 4백억달러 이상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세계최대의 공장이 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경제는 주변국 산업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로 볼 수 있으며,이같은 우려는 이미 최근 대만산업의 급격한 공동화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과거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1980년대 말 이후 90년대 중반까지는 한국에서 수입한 원단 원자재 등을 저임금을 이용해 임가공,제3국에 재수출하는 중소기업 위주의 '노동집약적 수출업종'위주였다면,90년대 말 이후 중국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대기업 중심의 '내수 지향형'투자가 늘어났다. 투자지역도 발해만 만주지역 중심에서 상하이 등 화동 지방과 광둥 등 화남 및 내륙으로 다양화되었고,업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원단 및 원자재 공장까지도 중국에 이전하는 심화형 투자가 많아지고 있다. 이렇듯 한국 대기업에 의한 대규모 생산투자가 일어남에 따라 이런 업종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도 따라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대만은 본토와의 직접 접촉을 금지하던 3불(不)정책을 폐지한 이후 본토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거래하던 기업이 갔기 때문에 따라 가지 않을 수 없다'가 이전의 주요 동기가 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대만내 산업계는 텅 비며,잘 나가던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실업률은 치솟고 있다. 현재 한·중 무역구조는 중국의 생산활동이 커짐에 따라 이에 필요한 중간재를 한국이 수출해주는 한·일 관계와 비슷한 무역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중간재를 한국이 얼마나 오래 수출할 수 있을지,또 이런 공장도 언제 중국에 이전해야 할지는 한국산업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물건을 얼마나 오랫동안 국내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한·중 임금격차가 5대1이라면 한국에서의 1인당 부가가치도 대략 중국보다 5배 이상 돼야 국내에서 계속 생산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같은 품목 내에서도 생산은 중국,마케팅과 연구개발은 한국 식으로 분업도 가능하다. 즉 지금까지 많이 지적되었듯이 한국은 계속 고부가가치 품목을 개발하면서 고생산성을 유지해 미·일 등 선진국으로 가든가,중국에 빨려들어가든가 하는 샌드위치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면 우리기업은 어찌 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세계경영'을 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 생산 마케팅 연구개발 물류 등 가치사슬의 제 구성 요소 중 어떤 부분을 지구상의 어느 곳에 위치시켜 이런 국제적 네트워크를 어떻게 경영해야 할 것인가 하는 '세계경영'이라는 안목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단계를 일찍이 경험한 미국 등 선진국 기업을 공부해야 한다. 나이키는 직접 소유하는 공장 없이 브랜드만 관리하면서도 스포츠제품의 세계적 강자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대만과 홍콩의 공동화 경험을 분석해 우리 상황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klee1012@plaza.snu.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