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IT산업이라고 일컫는 정보기술산업의 올해 성적을 채점해 보자.기술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서 승리자는 누구이고 패배자는 누구인가. 우선 가장 빛나는 성적을 거둔 승리자는 무선랜(무선근거리통신망)으로 올 한햇동안 급성장했다. 소비자들은 무선랜 장비를 설치하기만 하면 어디서든 한개의 ID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대부분의 IT산업이 침체의 늪에서 허덕였고 9·11테러 여파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무선랜의 수요는 기업들과 학교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또 호텔이나 공항의 로비등 공공장소에서도 수요가 증가했다. 기업들이 이 제품의 단일규격인 802.11b를 채택함으로써 기술비용을 절약하는 동시에 가격을 떨어뜨려 소비자들에게 널리 보급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 이 규격은 무선랩톱컴퓨터시대를 열었으며 간단한 조작을 통해 네트워크를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 다음 승리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인 윈도XP다. 무선랩톱에서 XP는 자동적으로 무선네트워크를 쉽게 실행할 수 있다. 가정과 사무실에서 한 사용자가 컴퓨터에 패스워드를 입력하기만 하면 즉시 무선네트워크로 다른 사용자와 연결될 수 있다. 또 XP의 강점은 가정에서 윈도2000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증진시켰다는 것이다. 단지 해커들이 침입해 소프트웨어를 조작할 가능성이 최근 발견돼 보완중에 있다. 올해는 평면 패널 모니터도 승리자의 리스트에 올라있다. 몇년전 시장에 등장한 평면 패널 모니터는 가격하락을 주도하며 올해 비로소 대중화의 길을 걸었다. 15인치 평면 패널 모니터의 경우 3백달러이하로 떨어졌다. 17인치의 경우는 8백달러 내외였다. 또 디스플레이의 품질도 향상되고 화면이 좀 더 선명해지고 넓은 각도로 보여지도록 만들어졌다. 올해의 또 다른 승자는 애플사가 마든 MP3 플레이어인 아이포드(iPOD)였다. 가격이 3백99달러인 아이포드는 1천여곡을 저장할 수 있으며 한번 충전해 10시간동안 들을 수 있다. 또 아이포드는 멀티미디어 송신장치인 파이어와이어를 이용하면 윈도제품이 깔린 컴퓨터에서도 작동될 수 있다. 하지만 올해의 패배자도 있었다. 대표제품은 광대역무선데이터 전송시스템으로 이 제품은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제한된 곳까지 전송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제품을 생산하는 메트리콤이 자금부족으로 문을 닫는 바람에 제품공급이 중단됐다. 또 같은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야다야다 옴니스카이등도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무선기술 제품중 패배자는 케이블을 대체하는 무선통신의 핵심기술인 블루투스였다. 현재 수백만 명이 블루투스장치를 이용하고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또 서로 다른 제조업자들에 의해 생산되는 블루투스장치는 호환성에 결함이 발생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패배자는 상품도 서비스도 아닌 MS에 반독점소송 승리를 안겨준 조지 W 부시 정부였다. 미 법무부는 사실상 MS에 면죄부를 주었다. 하지만 일부 주가 타협안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MS의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다. 이번 재판은 웹기술 부문에서도 MS의 윈도를 통한 독점을 허용할 것이냐의 중요한 문제였다. 하지만 미 정부는 부시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소송을 빨리 마무리지으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칼럼니스트인 스티븐 H 윌드스트롬이 경제 전문주간지 비즈니스위크의 인터넷판 최신호에 실은 'Tech's Best and Worst of 2001'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