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대인들은 '과학 속'에서 살고 있다. 아침에 자동차로 출근하면 컴퓨터를 켜고 e메일부터 열어 본다. 인터넷 접속이 잘 안되면 답답해 하고,휴대폰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 한다. 복제인간의 탄생이 시간문제라는 언론의 보도가 있고,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시대다. 과학자가 혼자서 연구를 한다는 것은 옛날 이야기다. 지금은 대부분 거대한 장비와 대규모 연구팀,국제적 정보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또 10년 이상의 기간과 수백,수천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러한 대형 과제들은 대부분 국가예산에서 지원된다. 그러나 과학분야의 국가예산이 늘어날수록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며 과학자가 되겠다는 청소년들이 늘어나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다. '대학입시에서 이·공계 지원자가 해마다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국가고시열풍에 휘말려 법과대학은 물론 공과대 자연대 학생들까지 사법고시 등에 매달리고 있고,기업형 고시학원과 거대한 고시촌이 성업중이다' '연구소에 있는 과학자들이 자기 자식들에게는 과학자가 되지 말라고 한다'…. 얼마 전 '노벨과학상 수상자 초청 강연회'를 마련하고 과학고등학교를 비롯한 여러 학교에 참석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참담한 느낌을 받았다. 모든 학교활동이 대학입시준비에 집중돼 있는 학생들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직행해야 하는 등 불과 몇시간 정도의 '과외활동'에도 참가할 여유를 보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어주자는 생각은 '환상'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친근한 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과학용어의 문제다. 영어권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과학용어를 우리말로 쉽게 설명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할 때 보다 쉽고 일관성 있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연구소 홈페이지에는 이런 질문들이 올라온다. 'BT란 무엇인가' '게놈과 지놈은 어떻게 다른가' '줄기세포는 줄기 속에 있는 세포인가' 'SNP(단일염기변이)는 무슨 뜻인가'등등. 유전체(遺傳體:Genome)를 어떤 신문에서는 '게놈'이라고 쓰고,다른 신문에서는'지놈',또 다른 데서는 '유전체'라고 쓴다. IT BT ET NT CT ST 등 축약어들은 전문가들에게조차도 낯설 때가 있다. 과학기사가 재미있어 40∼50대 아줌마들도 즐겨 읽고,청소년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려면 용어에 익숙하게 해야 한다. 용어가 이해되지 않으면 경기규칙을 모르고 운동경기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둘째,과학자 및 연구자들의 발상의 전환이다. 자신의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하는데는 온 신경을 쓰지만,대중에게 알리려는 노력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하는 일 외에도 과제를 수주하기 위한 서류작업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다 보니 '과학 커뮤니케이션'에는 소홀하게 되기 쉽다. 따라서 선진국처럼 대규모 프로젝트는 대중수용(Public Acceptance)을 위한 예산을 일정부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매스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스포츠나 연예·정치 기사의 10분의 1이라도 과학기사를 다루어 준다면 과학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훨씬 좋아질 것이다. TV에 '스포츠 해설가'와 같은 '과학 해설가'를 자주 등장시키는 것이 왜 안되는지 생각해 볼 때다. 나라가 잘 되려면 변호사보다 과학자가 많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과학이 대중과 멀어지면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살아가는 국민들이 불편한 것은 물론이려니와 과학과 관련된 이슈가 부각됐을 때 올바른 판단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 쉽지 않게 된다. 특히 생명윤리 바이오안전성 의료 농업 등 국민생활과 밀접히 관련돼 있는 생명공학에 있어서 대중의 이해와 수용은 가장 중요한 과학인프라로 다루어져야 한다. shbok@mail.kribb.re.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